국회입법조사처가 그제 내놓은 ‘협동조합 기본법 입법 영향 분석’ 보고서는 상당수 협동조합들의 취약한 자생력 실상을 보여줬다. 보고서에 따르면 협동조합 수가 지난해 1만2381개로 급증했지만 실제 사업을 하는 곳은 절반 정도에 그쳤다. 협동조합 평균 당기순이익(373만원)은 최근 2년 사이 1562만원이나 줄었고, 평균 부채비율도 40.5%에서 204.3%로 치솟았다(한경 12월27일자 A14면).

자생력도 문제지만 일부 협동조합의 도덕적 해이도 우려스런 수준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협동조합 실태조사’에서 법인 등기를 마치고도 폐업하거나 사업을 중단한 곳의 23.5%(1174곳)가 ‘사업모델 미비’를 이유로 들었다. 애당초 무엇을 할지 계획도 세우지 않은 채 정부가 지원하는 ‘눈먼 돈’을 노리고 법인 설립부터 했다는 얘기다. 정부 지원이 집중되는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등이 목적인 사회적 기업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노무·회계 규정을 안 지켜 적발된 곳이 47.6%(2017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자료)에 달했다.

협동조합의 자생력이 떨어지고 비리가 판을 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협동조합 육성’만을 정책목표로 강조하면서 관리·감독보다 숫자 늘리기에 매달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익단체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지원이 쏟아지는 ‘협동조합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사업체가 아니라 사회운동단체로 인식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는 기획재정부 의견 그대로다.

스페인 네덜란드 등 선진국의 협동조합은 자립(自立)·자조(自助)·자치(自治)를 3대 원칙으로 삼는다. 철저히 ‘자생력’을 따지기 때문에 정부에 의존하는 경우가 드물다. 정부가 지금처럼 재정을 투입해 자생력 떨어지는 협동조합들을 양산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국민 세금으로 부실기업을 늘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