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이 19일 삼성 에버랜드 노조 와해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54)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 중 2014년 이후 상당 부분이 범죄 성립 여부와 피의자의 가담 여부 등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한국GM 노동조합이 19일 불법파업을 강행했다. 연구개발(R&D)법인 분리를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한국GM 노조가 파업권을 확보하지 않고 불법파업을 한 건 2002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회사 안팎에서는 “노조의 불법파업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한국에서 철수할 빌미를 주는 최악의 수”라는 지적이 나왔다.한국GM 노조는 이날 전반조(오전 11시40분~오후 3시40분)와 후반조(오후 8시20분~20일 0시20분)로 나눠 4시간씩, 총 8시간 파업을 했다. 노조 간부 140여 명은 오전 출근길에 선전전도 벌였다. 노조는 지난 10월부터 두 차례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지만, 중노위는 모두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다. 노조에 파업권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한국GM 노조는 파업을 강행했다. 이날 파업에는 조합원 전원(약 1만 명)이 동참했다. 노조는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노조는 “R&D법인 분리는 한국 생산공장을 폐쇄하기 위한 절차인 만큼 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GM은 디자인부문과 R&D부문 인력 3000명을 떼어내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라는 이름의 신설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한동안 이를 반대했지만, 지난 18일 찬성으로 돌아섰다. GM 본사가 제3국에 배정된 R&D 물량 일부를 신설법인에 배정하겠다고 하는 등 설득에 나선 결과다.한국GM은 18일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고 법인 분리 안건을 통과시켰다. 연내 분할 절차를 마치겠다는 게 한국GM의 목표다. 이미 신설법인 대표이사와 이사진 선임 절차를 마쳤다.자동차업계는 한국GM 노조가 자신들의 세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해 법인 분리에 반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법인이 쪼개지면 자연스럽게 조합원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강경 투쟁을 한다는 의미다. R&D법인이 분리되면 한국GM 노조원은 1만여 명에서 7000여 명으로 줄어든다. 한국GM 노조가 파업하더라도 R&D법인 노조가 동참하지 않으면 회사 측 부담은 줄어든다.무급휴직자 생계유지비 지원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4월 무급휴직자 400여 명에게 생계유지비를 월 250만원씩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지난달까지는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 형식으로 이를 지원했지만, 이달부터는 노사가 1인당 125만원씩 지급해야 한다. 노조가 월 4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인데, 조합원 수가 줄면 1인당 부담비용이 더 늘어난다. 노조는 사측 부담 비율을 더 높이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회사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문제는 한국GM 노조가 불법파업을 강행하면서 한국GM을 보는 GM 본사의 시선이 더욱 싸늘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GM 본사가 한국에서 철수할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가뜩이나 GM은 미국 내 공장 5곳과 해외 공장 2곳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할 정도로 선제적 구조조정에 힘을 쏟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4월 노조가 카허 카젬 사장 집무실을 점거했을 때 본사 일각에서는 ‘이런 환경에서 사업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며 “노조의 강경 투쟁이 오히려 악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노조가 반대 입장을 고집해 생산효율이 감소하고, GM이 조기 철수할 빌미를 제공한다면 도대체 누구의 이해관계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도병욱/강경민 기자 dodo@hankyung.com
1980~1990년대 강성 노조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골리앗 농성’이 다시 등장했다. 신상기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지회장은 지난 11일부터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1도크의 40m 높이 크레인에 올라 고공 농성을 하고 있다. 회사 측에 기본급 4.11% 인상 등을 포함한 임금·단체협약 협상안 수용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13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덕분에 겨우 회생한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자구계획 이행이 끝나기도 전에 임금 인상을 외치며 강경 투쟁에 나선 것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 조선업이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연간 수주량에서 세계 1위 자리를 되찾는 등 실적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자 강성 노조들이 잇달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단협 타결을 요구하며 20일(7시간 부분파업)과 21일(8시간 전면파업) 이틀간 파업하기로 했다. 이 회사 노조는 기본급 7만3373원 인상 외에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총수 일가 고액 배당 철회’를 요구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14년부터 5년 연속 파업을 벌이고 있다.판매 부진 여파로 전북 군산공장을 폐쇄하는 등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GM 노조도 이날 연구개발(R&D)법인 분리 철회를 주장하며 8시간 불법 파업을 했다. 두 차례의 사장실 점거에 이은 불법 파업으로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한국에서 철수할 빌미를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김보형/도병욱 기자 kph21c@hankyung.com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달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력 구조조정 방안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직원 1000여 명을 줄이려던 당초 계획을 백지화한 것이다. 수주 확대로 실적이 개선됐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정치권 압박과 노조 반발 때문에 한발 물러선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등 조선 ‘빅2’ 노조가 업황 회복 조짐을 틈타 다시 강경 투쟁에 나서고 있다. 노조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구조조정을 통한 조선업 경쟁력 확보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파업대우조선해양은 대규모 분식회계와 각종 비리가 드러나 2015년 이후 13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지난해 6년 만에 흑자(7330억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독자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자생력을 갖췄는지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의 ‘반짝 흑자’는 정부와 채권단이 2조9000억원을 투입한 덕분이라는 게 조선업계의 분석이다. 이마저도 작년 4분기만 떼놓고 보면 원화 강세 등의 여파로 35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1770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가까이 줄었다.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이 같은 대주주를 둔 현대상선이 발주한 선박을 잇달아 수주하면서 ‘셀프 수주’ 논란도 불거졌다. 현대상선이 지난 9월 발주한 3조1532억원 규모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은 조선 ‘빅3’ 중 가장 많은 1조2106억원어치(2만3000TEU급 7척)를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작년에도 현대상선이 발주한 4700억원 규모 초대형 유조선 5척을 싹쓸이 수주했다. 일본 조선업계는 지난달 “한국 정부가 공적자금을 통한 신규 발주로 자국 조선사를 우회 지원하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올 들어 선박 수주가 늘어나자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기본급 4.1% 인상과 성과급 지급 기준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6월엔 조합원 투표를 통해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그동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개별 노조였던 이 회사 노조가 민주노총의 산별 조직인 금속노조와 손잡고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 높이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왔다.10월 열린 노조위원장 선거에서는 사내 노동운동 세력 중 강성으로 분류되는 ‘현장 중심 민주노동자 투쟁위’ 출신인 신상기 후보가 당선됐다. 사라졌던 ‘골리앗 크레인 시위’가 재등장한 것도 이 같은 노조 강성화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허리띠 풀고 머리띠 매는 노조현대중공업은 2016년(59억달러)과 2017년(99억달러)의 ‘수주 절벽’ 영향으로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27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4분기에도 600억원가량의 적자가 예상된다. 2015년까지 20조원을 웃돌던 현대중공업 매출은 지난해 10조1058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 회사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가 늘면서 올해 조선 부문 수주 목표액(132억달러) 달성엔 성공했다. 하지만 수주한 선박 건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20년까지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형편이다. 일반적으로 수주 이후 건조까지 1년 이상 걸린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은 지난 11일 열린 증권사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올해 수주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020년부터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회복세를 띠고 있는 조선과 달리 해양플랜트(원유 및 가스 시추 설비) 부문은 여전히 일감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 해양플랜트 이후 추가 수주가 끊겨 지난 8월 말부터 해양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10월 4년여 만에 5000억원 규모의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FPS) 수주에 성공했지만 내년 하반기에나 건조에 들어간다. 회사 측은 해양부문 유휴 인력 1200여 명에 대해 평균임금의 40%를 지급하는 유급휴직을 추진했지만 울산지방노동위원회가 이를 승인하지 않아 무산됐다.이런 와중에 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7만3373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을 요구하고 있다. 조선 업황 호황기인 2008년 호봉승급분을 포함한 기본급 인상분이 9만880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노조는 하청업체 근로자에게도 정규직처럼 자녀 학자금과 성과급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측은 경영 정상화 때까지 해양플랜트 사업본부 무급휴직자를 제외한 다른 직원은 기본급을 20%씩 반납하자고 맞서고 있다.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협상에서 사측과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자 정치권과 손잡고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지배구조 개편과 그룹 지주사(현대중공업지주)의 배당 확대까지 문제삼으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 김종훈 민중당 의원 등과 함께 ‘현대중공업지주의 총수일가에 대한 고액배당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배당 확대는 주주 친화 경영 차원에서 8월 현대삼호중공업(투자회사)과 현대중공업 합병 당시 발표한 내용”이라며 “노조가 임금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