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머스크 웨이(Musk way)'
“어린 시절 컴퓨터에 관심이 많아 프로그래밍 언어를 독학으로 배웠다. 가솔린과 화학약품을 혼합한 연료로 모형 로켓을 발사했다. 열두 살 때는 게임 프로그램을 만들어 잡지사에 500달러를 받고 팔았다. 이 모든 아이디어를 책에서 얻었다. 우주모험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에 더없이 매료됐다.”

세계 최고의 혁신가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는 소년기부터 하루에 10시간씩 독서한 책벌레였다. 기발한 착상으로 주변을 놀라게 하던 그는 자라면서 점점 더 대담한 상상의 세계를 꿈꿨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그가 미국으로 이주해 ‘세상에 없는 아이디어’들을 성공시킨 비결은 남다른 상상력이었다.

그의 사업 방식은 실현 가능한 것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먼저 상상해놓고 실현 방법을 찾는 것이다.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에 입학한 지 이틀 만에 자퇴하고 23세에 창립한 인터넷 회사 집투(Zip2)부터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분야였다. 28세에 시작한 인터넷 은행 페이팔도 미지의 비즈니스 영역이었다.

그가 31세에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설립했을 때는 “너무 무모하다”는 비웃음을 샀다. 그럼에도 우주여행용 로켓을 싼값에 제공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로켓을 재사용함으로써 발사 비용을 대폭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제는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계획에 몰두하고 있다. 2004년 인수한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는 화성에서 이용할 이동 수단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그의 상상력은 지상과 우주뿐만 아니라 지하세계로 이어지고 있다. 2016년 로스앤젤레스 교통 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착공한 지하터널 중 3.2㎞ 구간이 어제 개통됐다. 이보다 더한 교통 혁신은 진공 상태의 터널 속을 초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는 ‘하이퍼루프’다. 이 또한 2~3년 안에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로 위의 전기자동차 테슬라, 땅 밑의 하이퍼루프, 우주 속의 스페이스X 로켓을 하나로 잇는 연결 고리는 그의 ‘혁신 유전자’다. 과학기술 작가 애슐리 반스는 그를 “미래과학의 판타지를 현실로 만든 최고의 천재 사업가”라며 “손 대는 것마다 산업지형을 바꾸는 그의 혁신 유전자 속에 성공 비결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화성에 인간 자족 도시를 세우겠다”는 그의 마지막 꿈은 ‘화성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라고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미래’에 도착한 그가 우주 공간에서 또 어떤 ‘머스크 웨이(Musk way)’를 개척할지 기대된다. 끝없는 자기혁신을 강조한 그의 평소 지론은 이렇다. “우리 자신의 그릇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 당장 시도하라. 그것이 혁신의 비결이다.”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