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플래그십(최상위) 세단 G90 /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플래그십(최상위) 세단 G90 / 사진=현대차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고를 때 주행 성능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소음과 진동이 얼마나 적으냐’ 하는 점이다. 안락한 승차감은 차를 구매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완성차 업체들은 저마다 다양한 신기술로 정숙성을 높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17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플래그십(최상위) 세단 G90은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을 탑재했다. 이 기능은 소음을 감지해 상쇄하는 음파를 스피커로 내보내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소음 차단 수준을 넘어 능동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라며 “뒷좌석에 앉으면 엔진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곳곳에 신소재 흡음재와 차음재를 적용했다.

빠른 속도로 주행할 때 발생하는 노면 소음을 잡기 위한 휠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G90은 내부가 비어 있는 19인치 ‘중공 공명음 흡음 휠’을 장착했다. 공명음을 3~4데시벨(dB) 줄일 뿐 아니라 무게가 가벼워 연비까지 높일 수 있다.

기아자동차의 대형 세단 K9 역시 공명음 저감 휠을 달았다. 이 밖에 엔진룸에 격벽을 설치하고 샌드위치 형태의 패널, 흡·차음 구조를 짰다. 실내 공간에서 편안하게 대화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달릴 때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된 기술도 눈에 띈다. 바람의 영향을 덜 받을수록 정숙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중형 세단 SM6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에 프랑스 유리 제조업체 생고뱅의 이중접합 차음 앞유리를 채택했다.

이 앞유리는 사이사이 소음과 진동을 흡수하는 특수 물질이 들어가 있다. 특히 풍절음(바람이 차를 긁고 가는 소음)의 50%가량이 앞유리서 발생하는 만큼 효과가 크다.
/ 사진=BMW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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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요타의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는 전 차종에 ‘에어로 스태빌라이징 핀’을 장착했다. 차체를 지나는 공기 흐름을 바꿔 흔들림 없이 주행 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회사 측은 “모터스포츠 기술을 양산차에 활용했다”며 “안정적인 조향 성능(핸들링)을 돕고 소음을 감소, 연료 효율도 높인다”고 강조했다.

소음, 진동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설계 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S클래스의 지붕(루프)과 차체 겉면을 모두 알루미늄으로 만든다. 강성이 뛰어나면서도 중량은 더 줄었다. 또 접합 부위를 최소화해 잡음을 낼 수 있는 불필요한 요소를 없앴다.

BMW는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을 차체에 고정시켜주는 서브 프레임 소재를 경량 강화 열가소성 복합재료(LWRT)로 바꿨다. 이 덕분에 흡음 기능을 강화했고 크기와 무게도 절반 이하로 줄였다. 엔진 및 창문을 여닫는 소리는 조화를 이루도록 만든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정숙성은 차의 조건 중에서도 한국 소비자가 가장 민감해하는 부분”이라며 “세단과 고급차 일수록 구입 시 고려하는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렉서스 전 차종에 장착된 ‘에어로 스태빌라이징 핀’ / 사진=렉서스코리아
렉서스 전 차종에 장착된 ‘에어로 스태빌라이징 핀’ / 사진=렉서스코리아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