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90
제네시스 G90
에쿠스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형 세단 EQ900의 부분변경 모델 G90은 완전히 새로운 차로 돌아왔다. 에쿠스를 연상시키는 ‘EQ’가 이름에서 빠지면서 에쿠스의 중후함도 함께 사라졌다. 대신 제네시스의 세련미가 더해졌다. 현대자동차를 대표하는 최고급 모델 G90은 익숙함 대신 파격적인 변화를 택했다.

방패 모양 전면부…외관부터 압도적

차량 전면부에는 방패 모양을 본뜬 대형 ‘크레스트 그릴’을 달아 시선을 사로잡았다. EQ900의 수평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비교해 훨씬 더 세련된 분위기를 풍겼다. 그릴 양옆에는 네 개의 램프로 이뤄진 ‘쿼드 램프’를 달아 눈매를 살렸다. 측면부는 눈에 띄게 화려하기보다는 차분하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후면부에는 기존 날개 엠블럼 대신 GENESIS(제네시스) 영문 글자를 넣었다. 램프는 높이를 맞춰 수평성을 강조했다. 세련된 전면부에 비해 후면부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높이를 맞춰 이어붙인 램프는 심심했고, 영문 글자는 차의 전체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다. 내부 디자인은 좋게 말하면 안정적이었지만 나쁘게 말하면 지루했다.

서울 삼성동 제네시스 강남에서 경기 용인 고기동 낙생유원지까지 왕복 50여㎞ 구간을 G90 3.8 가솔린 모델을 타고 달렸다.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출렁거리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주행감이 운전하는 내내 편안하게 다가왔다. 가속 페달을 밟자 폭발적으로 치고 나간다기보다는 안정감 있게 속도를 끌어올렸다. 정속 주행을 할 때는 엔진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노면 소음이나 바람 소리도 완벽한 수준으로 잡았다. 다만 가속 시에는 엔진음이 귀에 거슬리는 수준으로 들렸다.

G90의 공차 중량은 2t이 넘는다. 차를 몰아보니 육중한 무게가 체감됐다. 운전자의 주행 스타일에 따라 차가 다소 굼뜨다고 느껴질 법도 했다. 대형 세단이라는 차의 성격상 운전하는 재미보다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주행에 초점을 맞춘 듯했다. 51.2㎞를 달린 뒤 확인한 연비는 L당 7.4㎞. 3.8 가솔린 모델 기준 공인 복합연비는 L당 8.9㎞다.

안락하고 편안한 뒷좌석

뒷좌석 체험도 해봤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을 출발해 남산 일대 9㎞를 ‘사장님’ 자리에 앉아 이동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쿠션형 받침대가 편안하게 뒷목을 감쌌다. 포근하고 안락했다. 눕다시피 시트를 뒤로 한껏 젖혀도 무릎이 앞좌석에 닿지 않았다. 머리가 천장에 닿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전고(높이)가 낮아 답답함이 느껴진 점은 아쉬웠다.

굽이진 오르막길을 내달렸지만 쏠림이 없었다. 주행 시 소음과 노면 진동도 거의 느끼지 못했다. G90은 소음을 잡기 위해 차량 곳곳에 신소재 흡음재와 차음재를 적용했다. 센서로 소음을 감지해 상쇄하는 음파를 스피커로 내보내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술도 탑재했다.

앞좌석 뒤편에 달린 작은 모니터는 활용도가 높아 보이진 않았다. 터치스크린이 아닌 탓에 익숙해지기 전까진 조작하기도 쉽지 않았다. G90의 파워트레인은 3.8 가솔린, 3.3 가솔린 터보, 5.0 가솔린 등 세 가지로 구성됐다. 기존 7개 외장 색상에 △골드코스트 실버 △포르토 레드 △화이트 벨벳 매트(무광)가 추가됐다. 가격은 3.8 가솔린 모델 기준 트림(세부 모델)별로 7706만~1억995만원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