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韓 국민 경제고통 최고…"쥐어짜도 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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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2019년 기해년을 불과 2주일 남짓 앞두고 세계 예측기관이 내놓은 전망 보고서를 보면 인플레이션에 할애된 부문이 1980년대 초반 이후 35년여 만에 가장 많은 점이 눈에 띈다. 부채와 함께 인플레이션은 지난 10년 동안 돈을 풀어 금융위기를 극복한 초(超)금융완화 정책의 대표적인 후유증(after shock)에 해당한다.
세계 총부채는 164조달러, 우리 돈으로 18경원에 달한다. 세계 국민의 총소득 대비 225%로 금융위기 발생 직전에 비해 무려 12%포인트나 급증했다. 내년에는 세계 경기 10년 호황 국면이 종료되면서 소득마저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부채 위기의 해’가 될 것으로 보는 예측기관이 많다.
인플레이션은 다양하게 분류된다. 어디서 제공됐느냐에 따라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과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으로 나뉜다. 주로 전자는 경기 과열, 후자는 임금과 유가 상승 등에서 제공된다. 증시 입장에서는 비용 상승보다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때 주가가 높게 형성되는 것이 종전의 경험이다.
상승 속도에 따라 물가가 완만하게 오르는 ‘마일드 인플레이션’과 하루가 다르게 뛰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구분한다. 말이 걷는 모습에 비유해 전자를 ‘크리핑 인플레이션’, 후자를 ‘갤로핑 인플레이션’으로 부르기도 한다. 경제 의욕을 북돋는다는 시각에서 보면 마일드 혹은 크리핑 인플레이션은 경제 활동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경제 성장과 연관시켜 인플레이션을 분류하는 시각도 있다. 경기 침체하에 물가가 올라가는 ‘스태그플레이션’, 고성장을 하더라도 물가는 안정되는 ‘골디락스’ 혹은 ‘신경제’ 국면이다. 증시에 적용할 경우 전자가 발생하면 최악의 상황, 후자가 발생하면 최상의 상황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로 1980년대 초, 1990년대 후반의 미국 증시를 들 수 있다.
예측기관의 지적은 아니지만 종전의 이론이 통하지 않는 뉴 노멀 시대에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새로운 용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미국 헤지펀드 업체 시브리즈파트너스의 더글러스 카스 대표가 처음 사용한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이다. 쥐어짠다는 의미의 ‘스크루’와 물가가 올라가는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스크루플레이션은 비슷한 의미를 갖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과 구별된다. 후자는 거시경제 차원에서 경기가 침체되면서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이지만, 전자는 미시적인 차원에서 쥐어짤 만큼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체감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증시는 스크루플레이션이 나타나면 스태그플레이션보다 더 어려운 상황을 맞는다.
내년에 가장 우려되는 인플레이션을 분류 기준별로 예측기관의 전망 보고서를 재해석해 보면 미국 경제는 ‘준(準)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지적한 점이 눈에 띈다. 극심한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렸던 1980년대 초반보다는 아니지만 성장률이 잠재수준 밑으로 떨어지고 소비자물가는 더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과 일본 경제도 마찬가지다.
중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미국과의 통상마찰 부담과 ‘3대 회색 코뿔소(그림자 금융, 고부채, 부동산 거품)’ 문제로 내년 성장률을 6%대 초반까지 내려 잡고 있다. 하지만 물가는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올해 추진한 경기 부양책에 블랙스완(돼지열병 확산)까지 겹쳐 내년에는 의외로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신흥국은 지난 상반기부터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올해 -20% 가까이로 성장률이 급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0만%에 달해 국민의 20%가 조국을 등질 만큼 최악의 경제 파탄 상황을 겪고 있다. 아르헨티나 터키 파키스탄 등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한 국가도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뚜렷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이 올해보다 내년에 스크루플레이션을 겪을 대표적 국가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가계부채는 1500조원을 넘어 세계 10대 고위험군에 속한 지 오래다. 내년 성장률은 2%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는 기관이 많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뛰기 시작했고 내년에는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크루플레이션이 무서운 것은 우리 국민의 경제고통지수(실업률+물가상승률-성장률)가 급격히 높아진다는 점이다. “손에 들어오는 소득이 줄어 쥐어짜더라도 체감물가가 올라 살기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아우성이 터져나올 가능성이 크다. 각종 송년 모임에서 만나자마자 듣게 되는 이런 하소연을 정책당국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생경제는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세계 총부채는 164조달러, 우리 돈으로 18경원에 달한다. 세계 국민의 총소득 대비 225%로 금융위기 발생 직전에 비해 무려 12%포인트나 급증했다. 내년에는 세계 경기 10년 호황 국면이 종료되면서 소득마저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부채 위기의 해’가 될 것으로 보는 예측기관이 많다.
인플레이션은 다양하게 분류된다. 어디서 제공됐느냐에 따라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과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으로 나뉜다. 주로 전자는 경기 과열, 후자는 임금과 유가 상승 등에서 제공된다. 증시 입장에서는 비용 상승보다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때 주가가 높게 형성되는 것이 종전의 경험이다.
상승 속도에 따라 물가가 완만하게 오르는 ‘마일드 인플레이션’과 하루가 다르게 뛰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구분한다. 말이 걷는 모습에 비유해 전자를 ‘크리핑 인플레이션’, 후자를 ‘갤로핑 인플레이션’으로 부르기도 한다. 경제 의욕을 북돋는다는 시각에서 보면 마일드 혹은 크리핑 인플레이션은 경제 활동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경제 성장과 연관시켜 인플레이션을 분류하는 시각도 있다. 경기 침체하에 물가가 올라가는 ‘스태그플레이션’, 고성장을 하더라도 물가는 안정되는 ‘골디락스’ 혹은 ‘신경제’ 국면이다. 증시에 적용할 경우 전자가 발생하면 최악의 상황, 후자가 발생하면 최상의 상황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로 1980년대 초, 1990년대 후반의 미국 증시를 들 수 있다.
예측기관의 지적은 아니지만 종전의 이론이 통하지 않는 뉴 노멀 시대에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새로운 용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미국 헤지펀드 업체 시브리즈파트너스의 더글러스 카스 대표가 처음 사용한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이다. 쥐어짠다는 의미의 ‘스크루’와 물가가 올라가는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스크루플레이션은 비슷한 의미를 갖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과 구별된다. 후자는 거시경제 차원에서 경기가 침체되면서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이지만, 전자는 미시적인 차원에서 쥐어짤 만큼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체감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증시는 스크루플레이션이 나타나면 스태그플레이션보다 더 어려운 상황을 맞는다.
내년에 가장 우려되는 인플레이션을 분류 기준별로 예측기관의 전망 보고서를 재해석해 보면 미국 경제는 ‘준(準)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지적한 점이 눈에 띈다. 극심한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렸던 1980년대 초반보다는 아니지만 성장률이 잠재수준 밑으로 떨어지고 소비자물가는 더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과 일본 경제도 마찬가지다.
중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미국과의 통상마찰 부담과 ‘3대 회색 코뿔소(그림자 금융, 고부채, 부동산 거품)’ 문제로 내년 성장률을 6%대 초반까지 내려 잡고 있다. 하지만 물가는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올해 추진한 경기 부양책에 블랙스완(돼지열병 확산)까지 겹쳐 내년에는 의외로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신흥국은 지난 상반기부터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올해 -20% 가까이로 성장률이 급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0만%에 달해 국민의 20%가 조국을 등질 만큼 최악의 경제 파탄 상황을 겪고 있다. 아르헨티나 터키 파키스탄 등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한 국가도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뚜렷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이 올해보다 내년에 스크루플레이션을 겪을 대표적 국가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가계부채는 1500조원을 넘어 세계 10대 고위험군에 속한 지 오래다. 내년 성장률은 2%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는 기관이 많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뛰기 시작했고 내년에는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크루플레이션이 무서운 것은 우리 국민의 경제고통지수(실업률+물가상승률-성장률)가 급격히 높아진다는 점이다. “손에 들어오는 소득이 줄어 쥐어짜더라도 체감물가가 올라 살기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아우성이 터져나올 가능성이 크다. 각종 송년 모임에서 만나자마자 듣게 되는 이런 하소연을 정책당국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생경제는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