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수치화한 경제고통지수가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것은 그만큼 국민의 삶이 팍팍해졌다는 의미다. 고용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는 데다 가계 수입은 늘지 않은 상황에서 생활 물가까지 오르다 보니 국민의 체감경기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내년 초부터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 추가로 인상되고,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유예기간이 끝나면 고용 시장은 지금보다 큰 ‘2차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일각에선 경기 침체에도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경제고통지수는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실업률 상승이 끌어올린 경제고통

10일 통계청과 추경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경제고통지수는 5.5로 같은 달 기준으로 2011년(6.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경제고통지수란 실업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더한 값으로 나타낸다. 경제고통지수가 높을수록 실업자가 많고 물가가 비싸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고통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 들어 경제고통지수가 높아진 것은 실업률 상승이 주요인이다.

10월 실업률은 3.5%로 같은 달 기준으로 2000년 이후 2010년(3.7%), 2005년(3.6%)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경제적 약자층이 일자리에서 밀려난 데 따른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10월 취업자는 2709만 명으로 1년 전보다 6만4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 7월 5000명을 기록한 이후 지난달까지 5개월째 10만 명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아직 1~2%대 안정세지만, 품목별로는 사정이 다르다. 쌀(24.3%), 무(35.0%), 휘발유(10.8%), 경유(13.5%) 등 생활과 밀접한 물가는 급등세다. 경기 침체에 따른 가계소득 감소와 겹치면서 특히 서민층에게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 추 의원은 “올해 최저임금이 16.4%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서민 일자리가 대폭 줄어들고 소득분배까지 악화됐는데, 다음달부터 최저임금이 10.9% 추가로 오르면 서민들의 고통은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심리 악화…투자도 부진”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경기가 점진적으로 둔화하고 있다”고 경고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KDI는 이날 내놓은 ‘경제동향 12월호’에서 “한국 경제는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 증가세도 완만해지면서 경기가 점진적으로 둔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소매판매 증가세는 미약하고 소비자심리도 나빠지고 있다”며 “민간소비에 대한 부정적 신호가 점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투자도 일시적 요인을 제외하면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봤다.

KDI 경제전망은 올 들어 암울해지는 추세다. KDI는 8월까지 “경기 개선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을 유지하다가 9~10월에는 개선추세 문구를 뺐다. 이어 11월에는 “전반적인 경기가 다소 둔화된 상황에 있다”며 경기 둔화를 공식화했다. 이달에는 ‘다소’라는 표현을 빼며 경기 둔화를 더 강조했다.

정부 내부에서도 최저임금 부작용 우려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정부 내에서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경북 포항 철강산업단지 관리공단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중견·중소기업에 큰 어려움을 준 데 대해 공직자로서 뼈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