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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국제 과학계 조롱거리 된 KAIST 총장 '직무정지'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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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사회가 연구비 횡령과 배임 의혹을 받는 신성철 총장의 ‘직무정지’ 결정을 유보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측 당연직 이사들이 14일 열린 이사회에서 ‘직무 정지’를 밀어붙였지만, 다른 이사들이 ‘성급한 결정’이라며 재논의를 결정했다.

    이번 유보 결정은 사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찍어 내기’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고, 해외 과학계의 시선도 집중된 터에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은 사태를 걷잡을 수 없게 몰고갈 게 분명하다. 특정인의 진퇴를 넘어 ‘과학 한국’의 현주소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된 상황에서는 사실관계에 충실한 수습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의 진행 과정만으로도 국내외에서 한국의 위신이 크게 추락한 게 사실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재임 시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와 이중계약으로 연구비를 빼돌렸다는 게 정부가 주장하는 신 총장의 혐의지만, 입증된 게 전혀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몇몇 제보에 근거한 일방적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퇴진을 밀어붙이는 듯한 인상을 주고 말았다. 과학계가 받은 충격은 크다. 과학자들이 내놓은 성명에서는 울분이 묻어난다. “국제공동연구에 대한 무지” “오판과 경솔한 업무처리에 개탄” 등 수위 높은 비판이 가득하다.

    사태는 ‘과학계 홀대론’을 넘어 국제이슈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횡령을 부른 계약의 당사자이자 ‘세계 3대 기초과학분야 연구소’인 LBNL은 ‘비리가 없었다’는 해명 서한을 정부에 발송하며 항의 의사를 표시했다. 과학분야 저명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한국 과학자들은 정치적 숙청으로 보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의 기사를 크게 실었다. 몇 달 전에는 KAIST 이사회에 30·40대 이사 3명이 일시에 합류하는 등 그렇게 의심할 만한 정황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과기정통부조차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윗선의 지시임을 인정하고 있다. 과학계마저 ‘편 가르기’와 ‘줄 세우기’를 밀어붙인다면 대한민국은 또 한 번 국제 조롱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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