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경남 창원을 찾았다. 경남도청에서 열린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보고회를 마친 뒤 가정용 전자기기 제조업체인 삼천산업을 방문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충남 아산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서진캠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들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창원의 자동차 주물 부품업체인 한황산업을,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경남 거제 고현시장을 찾아 현장 목소리를 청취했다.

2기 경제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쟁적으로 현장을 찾아 목소리를 듣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부터가 그렇다. 지난 10일 홍 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주며 “기업 활력을 높이는 데 각별히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은 직접 기업을 찾아 “활력을 잃은 제조업이 일어나야 대한민국 경제가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2기 경제팀 출범 이후 경제정책이 바뀔 가능성도 감지된다. 최저임금 인상은 ‘J(제이)노믹스’의 근간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이다. 고용 분배 악화가 최저임금 과속 인상의 영향이라는 지적은 올해 내내 제기됐다. 그럼에도 정부와 청와대 참모들은 줄곧 부인했다. 참모들의 보고에 의존하던 문 대통령이 11일에는 일선 공무원을 만나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했다. 홍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경제 상황에 맞게 조절하겠다”고도 했다. 연말 종료되는 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처벌유예기간)을 연장하고, 탄력근로제 확대도 내년 2월까지 매듭 짓기로 했다.

사뭇 고무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이제 깜빡이를 켰을 뿐이다. 어디까지나 정책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부터 “경제정책 전환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깜빡이만 켰을 뿐 방향을 바꾸지는 않겠다는 의지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 수준(13일 리얼미터 발표 48.1%)으로 급락함에 따라 임시방편으로 현장을 챙기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타내고 있다.

산업계와 전문가들은 현장 목소리를 듣는 데 그치지 말고 이번 기회에 정책을 전환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책이 현실에서 부작용을 낳는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더 늦기 전에 방향을 바꾸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기왕 깜빡이를 켠 것, 과감한 방향 전환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정종태 경제부장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