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사고 이후 한국지역난방공사가 20년 이상 노후한 수송관을 긴급 점검한 결과 이상 징후가 나타난 지점이 200여 곳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난방공사는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노후 수송관 686㎞ 구간을 열화상 카메라로 검사해 주변 지역과 3도 이상 차이 나는 지점 203곳을 확인했다고 13일 발표했다. 공사는 주변 지역과의 지열 차이가 3도 이상이면 수송관 파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문제가 발견된 지역은 대부분 수도권이었다. 서울 중앙(여의도·상암·반포 일부)이 78곳으로 가장 많았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49곳), 고양시(24곳), 서울 강남(18곳) 등이 뒤를 이었다.

지열 차가 10도 이상 나 사고 발생 확률이 매우 높은 지점은 16곳이었다. 공사 관계자는 “문제되는` 지점 5곳을 우선 굴착해보니 고양시의 한 수송관에선 물이 새 교체했고 4곳은 이상이 없었다”며 “이상 징후가 나타난 곳 전체를 다음달 12일까지 정밀 진단하겠다”고 말했다.

공사는 수송관 용접부도 전수 점검하기로 했다. 백석역 사고는 1991년 매설된 열수송관의 연결구간 용접부가 약해져 발생했다. 2002년 이전 설치된 수송관에는 이런 용접부가 있는데 대부분 온수 유출에 취약한 구조다. 연결구간 용접부는 총 443개로 약 80%가 수도권에 있다.

공사의 집중 점검에도 민간 회사가 관리하는 열수송관이 이번 점검 대상에서 빠진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11일과 12일 서울 양천구와 경기 안산시에서도 온수관 파열 사고가 났는데, 두 곳 모두 민간 관리구역으로 분류된다. 민간 관리 시설은 전체의 절반 정도다. 황창화 지역난방공사 사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민간 시설의 안전까지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사는 수송관 점검을 마친 뒤 다음달 말까지 종합적인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15개 관계부처와 ‘범정부 사회기반시설 안전관리대책회의’를 열고 열수송관을 포함해 노후한 사회기반시설 전반을 점검하기로 했다.

서민준/이해성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