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출퇴근 차량 공유) 정식 서비스가 결국 내년 이후로 연기되면서 협상을 중재해 온 정부·여당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지난 8개월 동안 택시업계와 협상을 벌였지만 정식 서비스 출시일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한 데다 택시기사가 분신하는 사태까지 발생하는 등 오히려 갈등의 골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규제 개혁 과제 중 하나인 공유경제 활성화가 노동조합과 업계 반발에 ‘샌드위치’ 신세로 내몰린 상황이다.

8개월 협상 물거품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13일 더불어민주당 카풀·택시 태스크포스(TF)에 오는 17일로 예정된 카풀 정식 서비스를 내년 이후로 연기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택시업계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달라”는 여당의 압박과 택시업계 반발에 결국 손을 든 셈이다. TF팀장을 맡고 있는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현 시점에서 국회에서 중재안을 내는 건 사실상 어렵다”며 “정부안을 중심으로 택시업계와 카풀업계 등이 소통해 접점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8개월 동안 협상 테이블을 차리고도 결론을 내지 못한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부터 택시산업 발전 방안을, 6월부터는 카풀 서비스 도입을 위한 논의를 했다. 최종 협상 단계에선 민주당부터 합류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1일 카풀·택시 TF를 꾸려 협상에 참여했다. 카풀업계에선 사회적 대타협 모델을 만들어 공유 경제산업을 안착시킬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지난 10일 카풀 도입에 항의해 한 택시기사가 분신하고, 4대 택시단체가 국회 앞에서 무기한 항의 집회에 나서는 등 협상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카풀 횟수 또는 시간 제한을 통해 접점을 찾아갔던 택시업계는 ‘카풀 서비스 전면 중단’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관료 출신인 한 민주당 의원은 “국회가 협상의 전면에 나서자 택시업계의 기대치가 더 높아지면서 실력 행사까지 이어진 측면이 있다”며 “TF의 권한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타협점을 찾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 되자 여당과 정부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전 의원은 지난 11일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택시산업 지원과 신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사실상 국회 차원에선 협상을 마무리지을 수 없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카풀업계 관계자는 “민주당이 택시업계에 ‘당근’을 던져주고 사회적 대타협을 내세우려는 의도였지만 오히려 사태만 키웠다”며 “접점이라도 찾았던 국토부가 전담하는 게 옳았다”고 지적했다.

택시업계 “카풀 서비스 취소만이 해법”

국토부는 뒤늦게 업계와의 대화, 당정 협의 등을 다시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치권이 한 달 반이나 시간을 보낸 뒤 모든 책임을 정부에 지우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정부·여당은 택시산업 지원 방안을 도출해 택시업계와 합의에 나설 전망이다. 정부는 법인택시 사납금 폐지와 월급제 도입, 개인택시 면허 매입 후 연금 지급 등을 골자로 한 지원 대책을 준비 중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홍근 의원은 “택시 노조와 타협점을 찾으면 각종 지원 대책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당은 이와 별도로 택시업계 달래기에 나섰다. 박 의원은 이날 택시 사납금제 폐지를 골자로 한 택시발전법과 여객운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차량을 대여해주는 택시 회사에 하루 수입의 일정액을 내는 방식의 사납금제를 없애고 대신 월급제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택시 노조 측은 “카풀 서비스를 금지하지 않는 한 어떤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김우섭/서기열/김소현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