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종전선언 없이 내년 초 곧바로 평화협정 협상을 시작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13일 제안했다.

김상기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이날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통일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종전선언 우선 추진에 초점을 맞출 때 평화협정 협상이 지체되는 단점이 생길 수 있다”며 “종전선언 선행 없이 2019년 초반 평화협정 협상 직행으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촉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남북은 올해 평화과정에서 이미 사실상 종전을 선언했고 군비통제 단계를 밟고 있고 협상 당사자 문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주한미군에 대한 북한의 입장 유연화로 평화협정 협상 착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2019년 초 핵협상 진전 가능성이 높다는 데 근거한다”며 “만약 교착국면이 상당 기간 지속된다면 평화협정 협상은 물론이고 종전선언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선 “내년 초 예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보다 선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북·미정상회담 전이라도 북·미 고위급 접촉, 실무접촉 등으로 비핵화가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면 충분히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원장은 “북·미가 내년 1월 실무접촉 준비를 하는 것 같고 고위급회담도 어느 정도 조율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와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가 일치하는 건 아니"라며 "북미 대화가 진척되지 않더라도 이와 별개로 남북간 논의할 문제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답방의 또 다른 변수인 경호나 의전 등에 대해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방남 시 정상 수준의 매뉴얼을 적용해 우리 입장에선 시뮬레이션을 했을 것이며 우리 쪽에선 준비가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측으로선 김 위원장의 방남이 처음인 만큼 준비하는 데 최소 10일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1월 1일 김정은이 내놓을 신년사에 새로운 비핵화 메시지가 담길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북한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오히려 강화된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를 제시하기 위해 상당히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19년도 본격적인 북미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협상 시스템을 정비하는 차원에서 다소 강경하고 보수적인 대미 메시지나 새 협상 프레임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지난 두 달간 미국을 향한 직접적 공격이 거의 없고, 판을 깨겠다는 논조가 전혀 없는 점을 고려하면 대화에 임한다는 의지 자체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