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사국 멤버 교체…대화 분위기도 간접영향 가능성
안보리에 무슨 일이…'미국 주도' 北인권 토의 5년만에 불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지난 2014년부터 4년 연속해오던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토의가 5년 만에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전해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보리는 2014년부터 '세계인권선언의 날'(12월 10일)을 즈음해 북한 인권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채택해 토의해왔다.

안보리가 북한 인권개선을 위해 실효적 대책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북한에 대한 일종의 '창피 주기'(naming and shaming)를 통해 압박 효과가 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문과 비인도적 대우, 강간, 공개처형, 비사법적·자의적 구금·처형 등 북한의 각종 인권침해 행위를 지적한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가 같은 해 채택되고, 유엔총회가 채택해오던 북한 인권결의안에서 안보리에서의 북한인권 토의를 촉구한 것이 배경이 됐다.

안보리에서의 북한 인권토의에 대해 북한이 강력히 반발하고, 중국과 러시아도 안건 상정을 위한 절차 투표에서 매년 반대표를 던졌지만 지난해까지는 이를 저지하는 데는 실패했다.
안보리에 무슨 일이…'미국 주도' 北인권 토의 5년만에 불발
그러나 올해는 '이변'이 일어났다.

북한 인권문제를 안보리 안건으로 상정하기 위해서는 '절차 투표'에서 15개 안보리 이사국 가운데 9개국의 지지가 있어야 하는데 올해는 미국이 '9표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은 7일(현지시간) 미국이 8개국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면서 이에 따라 절차 투표에 앞서 안보리에서의 북한 인권토의 요청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앞서 오는 10일 안보리에서의 북한 인권문제 토의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리는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과 볼리비아, 코트디부아르, 적도 기니, 에티오피아, 카자흐스탄, 쿠웨이트, 네덜란드, 페루, 폴란드, 스웨덴 등 2년 임기의 10개 비상임 이사국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반(反) 서방 성향의 일부 국가들이 '반대 전선'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은 코트디부아르가 안보리에서의 북한 인권토의를 지지해달라는 '압력'에 굴복하기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이변에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멤버 변경이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적도 기니, 코트디부아르, 쿠웨이트, 네덜란드, 페루, 폴란드 등 6개국이 새 비상임 이사국으로 들어오고, 이탈리아와 일본, 이집트, 세네갈, 우크라이나, 우루과이 등이 이사국에서 빠졌다.

특히 이 가운데 안보리에서의 북한 인권문제 토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던 일본이 빠지면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반서방 성향 국가의 비상임 이사국 진입도 변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북미 간 대화 분위기가 이사국들의 결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미국이 안보리에서 토의를 요청한 데 대해 안보리 이사국들에 서한을 보내 "현재 이어지고 있는 긍정적인 국면을 북돋는 것이 아니라 대립을 부추길 것"이라며 강한 반대를 표명했다.

이 같은 북한의 논리와 중국, 러시아의 측면 지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안보리에 무슨 일이…'미국 주도' 北인권 토의 5년만에 불발
미국이 9개국의 지지표를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관심 대상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내년 초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대북제재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확고한 입장을 유지해오고 있다.

미국이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두고 안보리에서의 북한 인권 문제 토의와 관련, '느슨한' 외교적 노력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 유엔 외교소식통들은 '너무 과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는 올해 말을 끝으로 유엔을 떠난다.

다만 내년 초부터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멤버가 또 바뀔 예정이어서 미국이 연초 안보리에서의 북한 인권문제 토의를 재추진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올해 말로 네덜란드와 스웨덴, 에티오피아, 볼리비아, 카자흐스탄 등이 임기 만료로 비상임 이사국에서 빠지고, 내년 초부터 독일과 벨기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도미니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등 5개국이 빈자리를 대체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