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 유성기업 지회는 2005년부터 매년 수시로 파업을 해왔다. 그러나 이들이 벌인 파업 대부분이 단순 불만, 정치 파업 등 근로조건 개선과 상관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 중에 자다가 적발됐다고 파업한 유성기업 노조
7일 유성기업에 따르면 2005년부터 올해 11월까지 벌인 전체 파업 38만9883시간 중 정치·기타 파업이 36만6967시간으로 94% 이상 비중을 차지했다. 파업시간은 유성기업 노무 담당자가 파업이 일어날 때마다 기록해온 것을 취합했다. 가령 하루 동안 A근로자가 2시간, B근로자가 4시간 파업했다면 6시간으로 계산했다.

파업 이유도 각양각색이었다. 2005년과 2008년 각각 체육복 선정을 이유로 파업했다. 2006년에는 금속노조 조합원인 야간 근무자가 근무시간에 자다가 관리자에게 적발되자 이를 문제삼아 파업을 선언했다. 2008년에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한다는 이유로도 파업했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는 매년 정권교체, 사업주 구속 등을 요구하는 정치 파업이 주된 사유였다. 2016년 유성기업에서 파업이 한 번이라도 일어난 날은 전체 근로일 중 77%인 181일이었다. 유성기업 파업 기록에 따르면 금속노조 유성지회는 2012년부터 근로일에 매일 ‘출근 투쟁’도 벌여왔다. 출근 투쟁은 매일 아침 금속노조 유성지회 조합원이 정문에 두 줄로 선 뒤 회사에 들어가려는 관리자 등 특정인에게 욕설·비방하고 100dB 이상 소음이 나도록 확성기로 소리치는 등의 방식으로 위협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근로조건 개선을 이유로 벌인 파업은 총 2만2916시간으로 전체 파업시간 중 6%에 그쳤다. 한 유성기업 노무담당 직원은 “회사에 무단결근한 뒤 결근 사유를 물어보면 파업한 것이라고 통보하기도 했다”며 “대부분 불법 파업이지만 임단협 조항에 따라 징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