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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칼럼] 통화 패권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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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두현 논설위원
    [천자 칼럼] 통화 패권전쟁
    유럽연합(EU)이 미국 달러화를 견제하기 위해 유로화 결제를 늘리는 방안을 오늘 공개할 예정이다. 역내 에너지 수입액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달러화 결제를 유로화로 전환하고, 아프리카에 유로화 차관을 확대하는 등 EU 차원의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개발할 모양이다. 기축통화를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이 다시 불붙을지 주목된다.

    그동안 국제 통화 패권의 역사는 유럽과 미국, 아시아를 중심으로 부침을 거듭했다. 1500년대에는 스페인 페소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했다. 식민지에서 들여온 은과 금으로 해상무역을 장악한 덕분이었다. 16세기 말 스페인 무적함대가 침몰한 뒤에는 동인도회사를 앞세운 네덜란드의 길더화가 국제통화로 떠올랐다.

    다음은 영국 파운드화의 시대였다. 19세기 후반 각국은 무역거래의 60%를 파운드로 결제했다. 파운드화 시대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막을 내렸다. 2차대전이 끝날 무렵인 1944년 미국 브레턴우즈에서 44개국이 새로운 협약에 합의하면서부터는 달러화의 시대가 열렸다.

    기축통화는 세 가지 요소를 두루 갖춰야 한다. 상품가격 표시나 거래 과정에서 정보비용을 낮출 수 있고, 각국 화폐와 환전할 때 거래비용도 줄일 수 있어야 한다. 통화가치의 안정성으로 가치저장 기능까지 겸비해야 한다. 현재의 달러화는 이런 요건을 다 갖추고 있다.

    지난 70여 년간 다른 통화의 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의 위안화는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 준비통화인 특별인출권(SDR)의 다섯 번째 구성통화가 되면서 달러와 ‘통화 전쟁’을 예고했다. 하지만 환율이나 자본 이동 등에 대한 당국의 규제에 막혀 새로운 기축통화로 부상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때 꿈틀거렸던 일본 엔화도 낙후된 금융 시스템 때문에 주저앉고 말았다.

    유로화 역시 달러화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다. 경제 규모로는 미국에 버금가고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도 만만치 않지만 가입국의 정치·경제적 배경이 달라 단일국가의 통화처럼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리스 이탈리아 등 일부 회원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고령화된 인구구조, 단일 금융감독기관 부재 등 문제점도 한둘이 아니다.

    영국의 EU 탈퇴로 결속력이 약해진 상황에서는 유로화 위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에 위기감을 느낀 유럽 국가들이 통화 주권에 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달 말 브뤼셀에서 만나는 유럽 정상들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역사상 경제 패권 경쟁이 무역 전쟁, 통화 전쟁, 금융 전쟁 순서로 전개됐다는 점에서 유럽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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