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카스경영대학원 교수 인터뷰…"얼굴 맞댄 소통이 신뢰 쌓는 가장 좋은 방법"

"한국 정부가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점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아직도 근로시간이 길기는 하지만 기업과 국가 모두 이득인 결정입니다."
홉스봄 교수 "한국 근로시간 단축, 기업 물론 국가에도 이득"
줄리아 홉스봄 영국 런던 카스 경영대학원 명예 객원 교수는 지난달 28일 인천 송도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을 이렇게 평가했다.

홉스봄 교수는 '완전한 연결 : 과부하 시대의 생존과 번영'(국내 미번역)이라는 저서를 통해 '사회건강'(Social Health) 개념을 주창하며 주목받았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적극적인 웰빙을 통해 사회건강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은 그의 이러한 시각을 높이 사 최근 인천 송도에서 '미래의 웰빙'이라는 주제로 연 제6차 OECD 세계포럼 첫날 기조연설을 맡기기도 했다.

그는 저명한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딸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가 디지털 바다 위에서 완전히 연결(Fully Connected)돼 있다고 했다.

이에 따른 '정보 비만'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실질적인 건강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런 면에서 그는 최근 읽은 기사 속에 묘사된 한국의 명상 시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세계 경제는 기술의 혜택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발전을 환영하면서도 그만큼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이를 그대로 반길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 속에 '일 중독'인 현실에서 떠나 강원도에 있는 1.5평 독방에 자신을 가두는 '프리즌 스테이'를 하는 모습에서 현명함을 느꼈다고 했다.

"우리는 완전히 연결됐고 완전히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나쁜 사회건강에 처해 있습니다.

과도한 일에 치이고 있습니다.

자살률은 높죠. 이런 상황에서 휴식으로 단절된 감옥과 같은 공간을 선택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현명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
홉스봄 교수 "한국 근로시간 단축, 기업 물론 국가에도 이득"
홉스봄 교수는 최근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사회를 큰 혼란에 빠뜨린 서울 KT 아현지사 화재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모세혈관처럼 스며든 통신망에 너무나 의존한 나머지 연결이 풀리자 시민들은 대도시 안에서 조난한 듯한 충격을 받았지만, 사람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술에 너무 의존했기 때문에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잠깐 멈춰 서서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다시 신뢰하고 힘을 합쳐 극복해 나가야 하는지 배울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컴퓨터가 얼마나 빨리 진화하든, 기계 학습이 얼마나 대단해지든 모든 변화를 이끌어내는 동인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상상 이상으로 기계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홉스봄 교수는 우리가 이메일이나 인스턴트 메신저 등을 통해 동시에 여러 명과 연결돼 있지만, 얼굴을 맞대고 하는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번에 수십명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나는 수많은 사람에게 연결돼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죠. 우리가 하는 소통은 얼굴과 얼굴을 맞대는 1:1 소통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직접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신뢰를 쌓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잊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홉스봄 교수 "한국 근로시간 단축, 기업 물론 국가에도 이득"
그가 기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효율성 측면에서 모든 소통이 1:1로 이뤄질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늘날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말도 안 되는 데드라인이나 비현실적인 기대, 괴롭힘 등의 결과로 그 원인은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홉스봄 교수는 한국사회가 근로시간 단축을 선택한 점을 지지했다.

단기적으로는 비용 상승 문제가 있을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올 것이라는 평가를 했다.

"주 52시간은 영국보다 여전히 길지만 한국 정부가 과감한 결단을 내린 점을 낙관적으로 봅니다.

결국 긴 근무는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큰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일부 기업이 비용 측면에서 반대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업에도 이득이 돌아가고 국가 전체적으로 이득이 될 것입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