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0일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시장금리도 뒤따라 줄줄이 오를 예정이다. 주요 시중은행은 예·적금 상품 금리를 12월 초부터 올리기로 했다.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시차를 두고 따라서 인상된다. 15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의 상환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됐다. 특히 저소득층은 올 들어 처분가능소득이 크게 감소했는데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경기부진이 심해지면 취약계층을 시작으로 파산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시장금리도 줄줄이 오른다…가계 이자부담 年2조6500억 증가
이자 부담 저소득층이 더 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분이 대출 금리에 반영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2조65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3분기 말 기준으로 전체 가계대출 1428조원(신용카드 할부 등 판매 신용 제외) 중 변동금리 대출 규모는 74%인 1057조원이다. 여기에 이자가 0.25%포인트 늘어난다고 가정해 추산한 금액이다.

가계를 소득별로 나눌 때 전체 5분위 중 하위 20%인 1분위가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짊어지는 추가 이자 부담은 950억원으로 추정된다. 2분위는 2570억원, 3분위 4611억원, 4분위 6625억원, 5분위는 1조1740억원으로 소득 상위로 갈수록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하지만 소득 대비 이자부담은 소득 하위일수록 더 크다.

다만 최근 연체율 추이와 ‘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LTI)’이 안정적인 점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상이 당장 가계 전체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은에 따르면 3분기 말 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13%로 지난 1분기보다 0.09%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출 증가율이 다소 둔화돼 소득 증가율에 못 미쳐서다.

대출 증가세 빠른 취약계층 ‘화약고’

문제는 저소득층이다. 세 곳 이상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면서 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7~10등급) 취약차주는 올 1분기 LTI가 250.9%로 전분기 대비 2%포인트 늘어났다. 전체 대출자 평균보다 소득 대비 대출 증가 속도가 두 배 이상 빠른 것이다. 저소득층의 LTI는 2, 3분기를 지나면서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중반을 지나면서 저소득층 소득은 더 감소했고 시중은행 금리는 올랐기 때문이다.

통계청 가계소득 동향에 따르면 3분기 4, 5분위(소득 상위 40%) 가처분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 2.5% 늘었다. 하지만 2분위(소득 하위 20~40%)는 4.0% 줄었고, 1분위는 10.1% 급감했다. 고용침체, 소득분배 악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저소득층을 더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뇌관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대출금리 이달부터 인상될 듯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자 시중은행도 잇따라 예·적금 상품 금리를 올리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12월3일부터 적금상품 31개와 정기예금 상품 16개의 금리를 0.1~0.3%포인트 인상한다. 국민은행은 오는 6일부터 정기예금 금리를 약 0.25%포인트 올린다.

대출금리도 이달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오름세는 금리인상론이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현재 우리·신한·국민·KEB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잔액코픽스 변동금리 기준)는 연 3.24~4.80%로 5%대에 근접한 상태다. 고정(혼합형)금리 기준으로 연 2.94~4.52%에서 책정되고 있다. 최근 변동금리 기준인 코픽스는 10월 잔액기준 연 1.93%로 14개월 연속 상승세다. 신규취급액 기준도 연 1.93%로 2015년 2월(연 2.03%)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현재 고정금리 상품보다 변동금리 상품 금리가 0.3%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승 국면을 감안하면 대출 금리는 장기적으로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1년 이상 대출을 받으려면 고정금리를 택하는 게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봉/안상미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