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트룩시마’(사진)가 미국 시장을 뚫었다. ‘램시마’에 이어 두 번째다. 셀트리온은 트룩시마로 5조원 규모의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FDA 승인…5조원 美 혈액암 치료시장 뚫었다
셀트리온은 28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트룩시마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 트룩시마는 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개발한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성분명 리툭시맙)을 복제한 바이오시밀러다. 리툭산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9조여원의 매출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이 중 56%인 4조7000억여원(약 41억9800만달러)의 매출이 미국에서 나왔다.

이번 허가로 트룩시마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허가받은 최초의 리툭시맙 바이오시밀러가 됐다. 램시마처럼 가장 먼저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선점하는 ‘퍼스트무버(시장개척자)’로서 리툭산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이다. 셀트리온은 트룩시마가 당분간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쟁사인 산도스가 미국 진출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미국 화이자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가 트룩시마의 뒤를 쫓고 있다. 화이자는 지난 9월 FDA 허가를 신청해 내년 9월께 승인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룩시마가 내년 상반기 출시될 예정이어서 수개월 이상 격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다른 경쟁제품은 2020년 하반기 미국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동안 트룩시마가 처방 데이터를 쌓고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면 독보적인 입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FDA 승인…5조원 美 혈액암 치료시장 뚫었다
셀트리온은 다음달 미국에서 리툭산의 주요 특허가 완전히 만료된 뒤 내년 트룩시마를 출시한다. 리툭산의 물질 특허는 유럽에서 2013년 11월, 미국에서는 올 7월 만료됐고 미국에서만 일부 기술 특허가 남아 있다. 미국 판매는 북미 판권을 보유한 다국적 제약사 테바가 맡는다. 테바는 복제약과 혁신형 전문의약품, 항암제 분야에 강점이 있다. 테바와의 협업으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셀트리온 측은 기대하고 있다. 브렌던 오그레이디 테바 북미사업부문장(부사장)은 “트룩시마로 테바가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며 “이른 시일 내에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트룩시마는 유럽에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판매 허가를 받은 뒤 4월 영국에서 처음 출시됐고 올 2분기 32%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류머티즘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는 물론 혈액암 치료제로 쓰이는 트룩시마 출시로 항암 분야까지 바이오시밀러의 안전성과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셀트리온은 조만간 유방암 치료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도 FDA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허쥬마는 트룩시마와 비슷한 시기에 허가 심사에 들어갔다. 허쥬마까지 FDA 허가를 받으면 램시마에 이어 3종의 바이오시밀러를 미국에 출시하게 된다. 램시마는 2016년 4월 허가를 받은 뒤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는 “트룩시마의 FDA 승인은 리툭시맙 바이오시밀러 치료를 필요로 하는 미국의 환자에게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미국 환자들에게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한 치료 효과를 지닌 바이오시밀러 치료 혜택을 제공해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