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만에 사라지는 농협 승진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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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열공'에 업무 방해"
특진 기회 사라져 아쉬움도
내년 'e-실무과정'으로 대체
특진 기회 사라져 아쉬움도
내년 'e-실무과정'으로 대체
농협은행 직원들이 다음달 열리는 마지막 승진고시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무실 근처 원룸이나 독서실에서 출퇴근하거나 아예 휴가를 내고 고시원에서 지내는 직원도 있다. 수학능력시험을 보는 수험생을 방불케 한다.
28일 농협은행에 따르면 1996년부터 23년간 명맥을 이어온 승진고시가 다음달 16일을 끝으로 폐지된다. 승진고시는 농협은행의 오랜 전통 중 하나다. 2000년대 초 다른 시중은행이 승진시험을 줄줄이 없앨 때도 농협은행은 이 제도를 유지했다.
승진고시는 합격하면 1년 이내 과장으로 승진하는 ‘임용고시’와 과장 승진 자격을 획득하는 ‘자격고시’로 나뉜다. 특히 임용고시는 ‘불수능’에 버금갈 정도로 난도가 높다는 평가다. 합격이 힘들지만 혜택이나 대우가 파격적이어서 3수 이상 도전하는 장수생도 많다. 입사 후 5년(군필자는 3년) 이상이 응시 대상이다. 합격 시 승진연한을 채우지 않고 20대에도 과장으로 특진할 수 있다.
임용고시는 매년 1000여 명이 응시하지만 합격자는 100명도 안 된다. 과목은 농협법·농협론, 농협회계, 농협실무, 학술 등 4개로, 주관식 40%와 객관식 60%로 구성된다. 5~6년치 시험지를 모은 ‘족보’를 구해 풀어보는 건 기본이다. 자격고시는 100% 객관식이며 임용고시에 비해선 난도도 낮은 편이다.
문제 출제도 수능을 연상하게 하듯 깐깐하다. 시험 3주 전쯤 인사팀에서 과장급 직원 30여 명을 출제위원으로 ‘기습’ 지목한다. 출제위원이 되면 휴대폰을 압수당한 채 특정 호텔에 갇혀 문제를 내곤 한다.
이 제도가 폐지되는 것은 승진고시 열기가 너무 뜨거워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우려에서다. 일부 지점에선 응시자를 업무에서 빼줘 지점 간 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반면 승진고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업무 이해도를 높이는 데 이만한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농협은행 관계자는 “열심히 하면 특진할 수 있다는 동기 부여가 없어지는 건 안타깝다”고 말했다.
승진고시는 내년부터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고 사지선다형으로 이수 여부만 확인하는 ‘e-실무과정’으로 대체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28일 농협은행에 따르면 1996년부터 23년간 명맥을 이어온 승진고시가 다음달 16일을 끝으로 폐지된다. 승진고시는 농협은행의 오랜 전통 중 하나다. 2000년대 초 다른 시중은행이 승진시험을 줄줄이 없앨 때도 농협은행은 이 제도를 유지했다.
승진고시는 합격하면 1년 이내 과장으로 승진하는 ‘임용고시’와 과장 승진 자격을 획득하는 ‘자격고시’로 나뉜다. 특히 임용고시는 ‘불수능’에 버금갈 정도로 난도가 높다는 평가다. 합격이 힘들지만 혜택이나 대우가 파격적이어서 3수 이상 도전하는 장수생도 많다. 입사 후 5년(군필자는 3년) 이상이 응시 대상이다. 합격 시 승진연한을 채우지 않고 20대에도 과장으로 특진할 수 있다.
임용고시는 매년 1000여 명이 응시하지만 합격자는 100명도 안 된다. 과목은 농협법·농협론, 농협회계, 농협실무, 학술 등 4개로, 주관식 40%와 객관식 60%로 구성된다. 5~6년치 시험지를 모은 ‘족보’를 구해 풀어보는 건 기본이다. 자격고시는 100% 객관식이며 임용고시에 비해선 난도도 낮은 편이다.
문제 출제도 수능을 연상하게 하듯 깐깐하다. 시험 3주 전쯤 인사팀에서 과장급 직원 30여 명을 출제위원으로 ‘기습’ 지목한다. 출제위원이 되면 휴대폰을 압수당한 채 특정 호텔에 갇혀 문제를 내곤 한다.
이 제도가 폐지되는 것은 승진고시 열기가 너무 뜨거워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우려에서다. 일부 지점에선 응시자를 업무에서 빼줘 지점 간 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반면 승진고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업무 이해도를 높이는 데 이만한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농협은행 관계자는 “열심히 하면 특진할 수 있다는 동기 부여가 없어지는 건 안타깝다”고 말했다.
승진고시는 내년부터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고 사지선다형으로 이수 여부만 확인하는 ‘e-실무과정’으로 대체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