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탈원전 정책에 대한 공론화나 입법 과정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최근 대만에서 탈원전 관련 국민투표를 진행했던 것과 관련해 국내에서도 국민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28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주요국 탈원전 정책의 결정 과정과 정책시사점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주요 탈원전 국가들의 사례와 비교해 공론화 과정과 의회에서의 입법 과정이 결여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면 원자력 정책도 바뀔 수 있다"면서 "일관되고 지속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선 이 두 단계를 시행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공론화나 입법 과정을 거치면 행정부가 단독으로 내린 결정보다 지속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탈원전 정책을 먼저 시행한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독일과 스위스, 대만, 이탈리아 등 주요국 사례를 분석하는 한편 탈원전 국가는 아니지만 시사점이 많은 일본 사례도 거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국가가 탈원전 정책을 결정하는 데까지 5가지 단계를 거쳤다. 우선 반원전 여론이 조성되자 국민 의견을 수렴했다. 그리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결정되면 의회는 입법을 했고 최종적으로 국민투표를 거쳤다.

탈원전 정책 결정까지 국민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건 독일과 스위스, 일본 3개국이다.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정책을 결정하기 전 공론화를 거친다. 탈원전을 아예 법으로 제정한 나라는 독일과 스위스, 대만, 이탈리아 등 4개국이다. 이 가운데 독일을 제외한 3개국은 탈원전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쳤다. 보고서는 "탈원전이 국가적 쟁점이 되고 정부 정책이나 의회에서도 찬반이 가려지지 않을 경우 국민투표는 최종적인 수단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보고서는 여론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이탈리아의 경우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반원전 여론이 힘을 입어 국민투표를 통해 탈원전을 결정했다. 하지만 2000년대 지구온난화 등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원전 필요성이 부각되자 정부가 원자력 정책을 다시 추진했다. 그러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다시 원전에 대한 여론이 나빠졌고,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재추진 반대 결과가 나왔다.

보고서는 이 같은 공론화가 국가적 사업 추진에 대한 갈등을 줄이는 한편 원활한 진행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짚었다. 또한 일관성을 갖고 추진해야 하는 만큼 입법화의 필요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