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초대형IB 출범 1년, 규제에 막힌 '한국판 골드만삭스'…발행어음 5조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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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못 미친 발행어음
한투·NH투자證 2곳만 발행
연말까지 잔고 6조원에 머물 듯
엄격한 인허가 잣대가 발목
'영업정지 징계' KB·삼성證
발행어음 인가신청 자진 철회
'일감 몰아주기' 의혹 조사에 미래에셋대우 인가시점 요원
'자기자본 4조 이상' 맞췄지만 투자 제대로 못해 '발동동'
한투·NH투자證 2곳만 발행
연말까지 잔고 6조원에 머물 듯
엄격한 인허가 잣대가 발목
'영업정지 징계' KB·삼성證
발행어음 인가신청 자진 철회
'일감 몰아주기' 의혹 조사에 미래에셋대우 인가시점 요원
'자기자본 4조 이상' 맞췄지만 투자 제대로 못해 '발동동'
▶마켓인사이트 11월26일 오전 4시10분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목표로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출범한 지 1년을 맞았지만 당초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각종 규제가 초대형 IB의 인가부터 실제 업무까지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IB업계에 따르면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로 꼽히는 국내 발행어음 잔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약 5조원으로 집계됐다. 올 연말 예상 잔액은 6조원으로 당초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가 지난해 7월 증권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올해 발행어음 예상 잔액은 26조원이었다. 국내 초대형 IB 1호인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27일 첫 발행어음 판매에 나섰다. 기대에 못 미친 기업금융
금융위원회가 2016년 8월 발표한 초대형 IB 육성 방안에서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요건을 갖춘 미래에셋대우·NH투자·삼성·한국투자·KB증권 등 5개 증권사가 발행어음으로 자기자본의 두 배 이상 자금을 조달해 이 중 반 이상을 기업금융에 쓰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마켓인사이트의 작년 7월 조사에 따르면 5개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잔액 합계는 △첫해인 2017년 말 11조원 △2018년 말 26조원 △2019년 말 35조원으로 늘어 이르면 2020년 최대치(자기자본의 두 배)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초대형 IB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발행어음 사업자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단 둘, 발행 잔액은 5조원에 그치고 있다. 초대형 IB가 기업에 수십조원을 수혈해주는 ‘큰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의 3분기 말 발행어음 잔액은 3조4472억원이다. 연말까지 4조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 2호 사업자로 시장에 진입한 NH투자증권의 현재 잔액은 1조5633억원으로 연말까지 2조원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두 증권사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 중 약 60%인 3조원을 기업금융에 투입했다. 두 증권사가 연말까지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올해 말까지 발행어음 잔액은 6조원, 기업금융 투입액은 3조원 중반대에 머물 전망이다.
인허가 ‘문턱’ 못 넘는 증권사들
금융위원회는 당초 초대형 IB의 출범 시기를 지난해 9월로 잡았다. 하지만 대주주 적격성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출범이 늦춰졌다. 1호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말, NH투자증권은 지난 7월에서야 어음 발행에 나섰다.
그 외 증권사들은 아직까지 인허가 ‘문턱’에 걸려 있다. KB증권은 지난 1월 발행어음 인가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옛 현대증권 시절 불법 자전거래가 적발돼 ‘일부 영업정지’ 제재를 받으면서 인가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서다. 삼성증권도 8월 인가 신청을 스스로 거둬들였다. 4월 발생한 배당금 지급 오류 사고로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징계를 받아 신규 업무 추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기자본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인가 신청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위가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관련 조사가 끝날 때까지 발행어음 인가 심사를 보류하기로 해서다.
IB업계에서는 KB증권은 이르면 내년에 초대형 IB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징계가 끝나는 2021년께나 가능할 전망이다.
인허가가 지연되다 보니 초대형 IB의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이미 맞춘 미래에셋대우·삼성·KB증권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늘린 자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미래에셋증권과 KDB대우증권의 합병으로 덩치를 불린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월 말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해 업계 최초로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가 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받는 조건으로 대주주 적격성 등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초대형 IB 시대가 제대로 열리지 않고 있다”며 “경기 하강 우려로 기업들의 자금줄이 마르고 있는 만큼 인허가 문턱을 전향적으로 낮춰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고운/김병근 기자 ccat@hankyung.com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목표로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출범한 지 1년을 맞았지만 당초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각종 규제가 초대형 IB의 인가부터 실제 업무까지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IB업계에 따르면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로 꼽히는 국내 발행어음 잔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약 5조원으로 집계됐다. 올 연말 예상 잔액은 6조원으로 당초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가 지난해 7월 증권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올해 발행어음 예상 잔액은 26조원이었다. 국내 초대형 IB 1호인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27일 첫 발행어음 판매에 나섰다. 기대에 못 미친 기업금융
금융위원회가 2016년 8월 발표한 초대형 IB 육성 방안에서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요건을 갖춘 미래에셋대우·NH투자·삼성·한국투자·KB증권 등 5개 증권사가 발행어음으로 자기자본의 두 배 이상 자금을 조달해 이 중 반 이상을 기업금융에 쓰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마켓인사이트의 작년 7월 조사에 따르면 5개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잔액 합계는 △첫해인 2017년 말 11조원 △2018년 말 26조원 △2019년 말 35조원으로 늘어 이르면 2020년 최대치(자기자본의 두 배)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초대형 IB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발행어음 사업자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단 둘, 발행 잔액은 5조원에 그치고 있다. 초대형 IB가 기업에 수십조원을 수혈해주는 ‘큰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의 3분기 말 발행어음 잔액은 3조4472억원이다. 연말까지 4조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 2호 사업자로 시장에 진입한 NH투자증권의 현재 잔액은 1조5633억원으로 연말까지 2조원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두 증권사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 중 약 60%인 3조원을 기업금융에 투입했다. 두 증권사가 연말까지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올해 말까지 발행어음 잔액은 6조원, 기업금융 투입액은 3조원 중반대에 머물 전망이다.
인허가 ‘문턱’ 못 넘는 증권사들
금융위원회는 당초 초대형 IB의 출범 시기를 지난해 9월로 잡았다. 하지만 대주주 적격성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출범이 늦춰졌다. 1호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말, NH투자증권은 지난 7월에서야 어음 발행에 나섰다.
그 외 증권사들은 아직까지 인허가 ‘문턱’에 걸려 있다. KB증권은 지난 1월 발행어음 인가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옛 현대증권 시절 불법 자전거래가 적발돼 ‘일부 영업정지’ 제재를 받으면서 인가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서다. 삼성증권도 8월 인가 신청을 스스로 거둬들였다. 4월 발생한 배당금 지급 오류 사고로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징계를 받아 신규 업무 추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기자본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인가 신청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위가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관련 조사가 끝날 때까지 발행어음 인가 심사를 보류하기로 해서다.
IB업계에서는 KB증권은 이르면 내년에 초대형 IB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징계가 끝나는 2021년께나 가능할 전망이다.
인허가가 지연되다 보니 초대형 IB의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이미 맞춘 미래에셋대우·삼성·KB증권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늘린 자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미래에셋증권과 KDB대우증권의 합병으로 덩치를 불린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월 말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해 업계 최초로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가 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받는 조건으로 대주주 적격성 등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초대형 IB 시대가 제대로 열리지 않고 있다”며 “경기 하강 우려로 기업들의 자금줄이 마르고 있는 만큼 인허가 문턱을 전향적으로 낮춰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고운/김병근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