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발생한 국내 주요 온라인 서비스 불통(不通)사태는 외국 기업에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 산업 주도권을 내준 나라가 겪어야 하는 ‘돌발 리스크’를 생생하게 보여줬다.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한국 데이터센터 오류로 쇼핑(쿠팡), 게임(넥슨), 가상화폐 거래(코인원) 등 AWS 클라우드로 작동하는 서비스들이 약 90분 동안 마비됐지만 해당 기업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장애 발생과 원인, 복구 과정 등을 제때 통보받지 못해 대처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번 사태는 외국 클라우드 서비스에 감춰진 문제점을 낱낱이 드러냈다. 우선 장애 발생 시 본사와 한국 데이터센터 간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AWS 등 서비스 업체와 고객사 간 소통이 대부분 외국어로 진행돼 사고 수습도 더딜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AWS, MS 등 외국 업체들이 1조9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약 70~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언제 또 다른 ‘디지털 블랙아웃(대정전)’ 사태가 재발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총아(寵兒)’로 불리는 클라우드는 세계 각국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빅데이터 산업의 기반 기술이다. 의료정보 등 공공부문 데이터를 민간과 공유하고, 이를 사업화하는 통로로도 이용된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활용 기술이 균형있게 발전해야 신(新)산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 이 법은 2015년 세계에서는 처음으로 제정된 ‘클라우드 발전법’이지만 관련 산업 ‘마중물’ 역할을 할 정부의 클라우드 이용을 막아 오히려 산업 발전을 저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정부의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률이 70%를 웃돈다. 클라우드를 통한 공공 데이터 개방도 90%를 넘어 핀테크 등 신산업에 자양분을 제공하고 있다. 신산업 경쟁에서 더 처지기 전에 정부의 ‘속도감’ 있는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