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에서 온통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는 소식뿐인데 경제적 약자계층이 더 어려운 여건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소득의 양극화는 중산층 기반을 무너뜨린다는 점에서도 내버려둘 일이 아니다. 물론 한국의 경제적 불평등 이슈는 보는 관점에 따라 양극단의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불평등의 정도가 매우 심하다”고 역설했지만, 이병태 KAIST 교수 등은 지니계수를 제시하며 한국의 불평등 정도가 상대적으로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제 비교가 어떻든 소득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문제다. 주목할 것은 현 정부 들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 골간으로 공표한 ‘J노믹스’의 핵심은 국가가 나서서 저임금 근로자·가계의 소득을 올려주겠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다. 최저임금을 2년 연속 대폭 인상시킨 배경이다. 그런데 지난 1,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이 정책이 내건 것과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소득주도성장’ 기치 아래 문 정부가 2년간 투입한 일자리 예산이 54조원에 달한다. 베트남의 1년 전체예산과 맞먹는 재정이 관제(官製) 일자리에 투입된 것이다. 그 결과는 한마디로 참담하다. 전방위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고용참사’라는 말이 일상화됐다. 월별 고용통계는 매번 보기가 두려운 상황이다. 경제 전망도 악화일로다.
고용 창출은커녕 일자리를 줄인 판에 소득격차까지 심화시켰다면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경제생태계에 과도한 충격을 주면서 약자를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등 문 정부 출범에 깊이 관여한 경제전문가들도 한결같이 문제가 있다고 걱정하는 정책이다. 3분기 소득통계는 저소득층, 특히 빈곤 가계의 재활을 도와주는 맞춤형 복지로 가야 하는 이유도 보여준다. 정부도 국회도 내년 예산안 심의에서 복지부문을 좀 더 섬세하게 살펴보고 보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