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노조 사업장이 ‘채용 우선순위’를 노사 합의로 정하면서까지 고용세습을 자행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민주노총 소속의 울산지역 자동차부품 중견업체 노조가 채용 우선순위를 정해 회사에 제시했고, 회사 측이 그대로 시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충격적인 것은 ‘대한민국 청년’을 네 번째 순위에 올려놓았다는 사실이다. 그 앞의 순위는 현직 및 퇴직 조합원의 자녀, 친·인척 등이었다. 다른 표현을 쓰기라도 할 일이지, 우선순위 맨 끝 대상을 ‘대한민국 청년’으로 지칭한 발상이 어이없다. 노조는 이 ‘순위’를 바탕으로 채용인원 12명 중 10명을 조합원 자녀로 우선 채용할 것을 요구했고, 20명의 우선 채용후보자 명단을 만들어 회사에 제출하기까지 했다.

고용세습 문제가 매년 반복적으로 불거져왔는데도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이런 지경에까지 이른 게 아닐까 싶다. 고용세습은 노사 합의 자체가 불법이다. 노동법에 ‘균등한 취업기회 보장’이 명문화돼 있다. 고용노동부는 고용세습 실태조사를 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응하지 않으면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지만, 제대로 실행하지 않았다. 시정명령을 어겨도 500만원 이하의 벌금만 내면 되니 제대로 지켜질 리 없다.

정부는 엊그제 9대 생활적폐를 척결하겠다며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그중 하나로 포함시켰다. 공공기관에 국한할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청년’이 채용대상 꼴찌로 처박힌 기막힌 사태에 정부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