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면 연상되는 것은 단풍, 추석, 누런 벼와 농부의 웃음이었다. 이런 가을 이미지를 한 번에 날려 버린 게 미세먼지다. 미세먼지는 심혈관계나 호흡기 질병, 만성 폐쇄성 폐질환, 심리적인 불쾌감 등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미세먼지 35%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든 공공기관에서 더 이상 경유차를 구입하지 않고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교체하기로 했고 2030년까지는 ‘경유차 제로화’를 실현키로 했다. 내년 2월15일부터는 미세먼지가 고농도인 경우 민간에서도 차량 2부제를 의무화한다.

핵심은 ‘클린디젤’ 정책 폐기로, 저공해 경유차 95만 대에 부여하던 주차료·혼잡통행료 감면 등 인센티브가 폐지된다. 석탄발전소의 가동 중지 대상도 종전 30년 이상 발전소에서 확대 조정하고, 환경비용을 반영해 급전순위를 결정할 수 있게 연료세율을 내년 4월 조정한다. 물론 한·중·일 국제 환경협약 체결을 추진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높인다는 것도 포함한다. 발전소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대책이긴 하다. 그러나 사업장에서 나오는 미세먼지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 정책에는 논리적 모순이 발견된다. 환경보전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문제다. 대기오염(미세먼지), 청정생산, 해양오염 방제, 무공해 자동차 연료공급 시설, 온실가스 감축 관련 시설 등에 기업이 환경보전을 위한 투자를 하면 조세특례법 25조 3항에 근거, 시설투자비용 부담을 완화해 주기 위해 투자한 금액의 1~10% 세액을 공제했다. 2007~2010년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3~10% 공제하다 2014년부터 기업 규모별로 공제율이 낮아지더니 올해부터는 대기업 공제율이 3%에서 1%로, 중견기업은 5%에서 3%로 낮아졌다. 중소기업만 10%를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세수 증대에 있다. 그러나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정책이다.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기업들이 시설 투자를 활성화한다. 그래야 환경을 보전하면서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의 ‘2018년 조세특례 심층 평가보고서’에서는 세액 공제액이 1억원 증가하면 환경보전 시설에 대한 투자 확률이 약 8% 높아지는 것으로 나온다. 또 공제액이 1억원 증가하면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배출 농도가 각각 0.076ppm, 0.067ppm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환경부의 ‘2015년 환경오염 방지 시설 투자 현황 보고서’도 2014년도 공제율 축소 이후 2013년 대비 2015년 환경산업 매출 증가율은 51%에서 11%로 하락했고, 수출액 증가율도 77%에서 35%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작성한 보고서 결과가 이런데도 공제율을 더 낮추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환경 규제 강화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그러나 강한 규제에 대응해 기업이 투자하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시행해야 한다. 환경보전 시설 투자세액 공제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제율을 올려 공제세액을 늘려줘야 한다.

부모가 엄하기만 하면 자식은 엇나가기 마련이다. 적절한 사랑과 규율이 훌륭한 자식으로 키우는 방법이다. 환경 규제도 마찬가지다. 세수는 증가하지만 환경산업은 어려워진다. 수출길도 막힌다. 국민들은 더 신음한다. 적절한 규제와 기술 혁신을 위한 지원 정책이 건강한 숲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