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중간선거가 끝난 뒤 처음 열린 금리결정 회의에서 12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근 뉴욕증시 조정이나 주택시장 하강 흐름 등 불안 요인이 있는데도 Fed가 “경기 위험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성명을 내놓으면서 시장에선 다음달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美 Fed, 내달 기준금리 인상 예고…"내년에도 최소 세 번" 전망
미 뉴욕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들은 “Fed가 증시 하락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며 내년에도 금리를 2~4회 추가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점도표는 3회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미국 기준금리가 내년 상반기 연 3%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Fed는 8일(현지시간) 11월 FOMC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연 2.0~2.25%)를 동결하면서도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Fed는 성명에서 기업 고정투자와 관련해 ‘강하게 증가했다’는 기존 표현을 ‘가팔랐던 연초에 비해 완화됐다’로 바꿨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기 상황에는 “경기 위험은 균형을 이루고 있다” “고용과 가계 소비가 견조하다”는 등의 평가를 내놨다. 월스트리트에서는 다음달 18~19일 열리는 FOMC에서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12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기존 90%에서 95%로 더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Fed 성명 내용에 비둘기파(금리 동결 및 인하를 통한 통화 완화)로 선회하려는 어떤 변화도 없었고, 중간선거 관련 불확실성이 소멸됐으며, 금융시장 여건도 다시 개선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Fed가 다음달 금리를 올리면 올해 네 번째가 된다.

일부 월스트리트 투자자는 10월 미국 및 글로벌 증시 조정과 하락세가 나타난 미국 주택시장 때문에 Fed가 경기 판단을 비둘기파 관점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Fed는 증시나 주택시장 상황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시장 상황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증시 혼란을 언급하지 않아 일부 투자자를 실망시켰지만 Fed가 흔들림 없는 모습을 견지했다”고 평가했다. WSJ는 Fed가 비둘기파로 선회하려면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는 직접적인 신호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Fed가 기존 금리 인상 방침을 유지하자 뉴욕 채권시장에선 단기금리 중심으로 상승세가 나타났다. 2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2.1bp(1bp=0.01%) 오른 연 2.969%로 마감했다. 2008년 6월 이후 최고치다. 10년물 금리는 1.7bp 상승한 연 3.232%로 마감했다. 10년물과 2년물의 격차는 26.3bp로 줄었다.

내년 금리 인상 횟수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FOMC 위원들의 점도표는 3회 인상을 시사하고 있지만 월스트리트 금융사들의 전망은 2~4회까지 다양하다.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즈 등은 내년 4회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시간당 평균 임금상승률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연 3%를 넘는 등 경기 과열로 물가가 상승할 조짐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모건스탠리는 2회,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3회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부터는 미국의 경기 확장세에 조금씩 제동이 걸리면서 Fed가 금리를 네 번까지 올리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