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과 인터뷰하는 김유석 상무. / 사진=딜로이트 코리아 제공
한경닷컴과 인터뷰하는 김유석 상무. / 사진=딜로이트 코리아 제공
“기업 재무회계는 흔히 ‘파이낸셜 어카운팅(financial accounting)’, 정량적이고 계량화된 정보의 관리·활용을 의미했어요. 앞으로 기업 회계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정성적인 비(非)재무 정보들까지 그 범위가 확장될 겁니다. 다루는 데이터의 양과 질이 완전히 달라지겠죠.”

지난달 23~24일 한경닷컴과 함께 ‘2018 코리아 블록체인 엑스포’를 주최한 딜로이트 코리아의 김유석 상무(사진)는 블록체인 도입으로 일어날 기업의 변화를 이같이 설명했다.

직접적으로 블록체인을 비즈니스 모델화한 기업이 아니어도 기업활동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막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뢰’를 골자로 한 인프라 기술인 블록체인의 특성 때문이다.

딜로이트 스타트업 자문그룹 리더를 맡고 있는 김 상무는 “블록체인이 프라이빗 영역에 본격 들어오면 기존 재무회계 영역 외의 여러 비정형 데이터들, 예컨대 지속가능경영·품질경영·윤리경영 관련 정보의 저장·관리 등이 가능해져 활용도가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계량화된 통계 수치’ 외의 요소들이 기업 회계에 들어오는 셈이다. 그는 “숫자가 곧 신뢰라고 여기던 그간의 관행 대신 블록체인화로 인해 비재무적 근거와 주장이 보다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앞으로의 회계감사는 비재무 영역까지 다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과 결합한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실질적 가치가 없던 비정형 정보의 더미를 활용할 방법을 찾고, 탈중앙화 및 위·변조 불가 속성의 블록체인을 접목해 이들 정보의 기록·저장·관리까지 폭넓은 활용이 가능해지는 모양새다.
사진=딜로이트 코리아 제공
사진=딜로이트 코리아 제공
퍼블릭 블록체인 영역에서 스타트업과의 접목 시너지도 크다고 했다. 암호화폐 공개(ICO)를 통한 자금조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존 대기업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와 경직된 조직 문화를 깨뜨리는 계기로 삼자는 당부가 뒤따랐다.

“블록체인이란 플랫폼이 매개가 되면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변화를 끌어낼 수도 있습니다. 기존 대기업들은 협업이 힘든 구조잖아요.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 어느 한 대기업의 주도로 뭔가 하기는 어려운데 도리어 스타트업이 앞장서면 그게 되기도 하더군요.”

김 상무는 블록체인 기반 헬스케어 스타트업 메디블록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메디블록은 서울대·연세대·차의과학대·이화여대 등 유명 대학병원의 의료 데이터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정부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블록체인 위탁기관을 메디블록이 맡으면서 대형병원들이 공동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

그는 “어느 플레이어와 연결해야 할지,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보다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 등의 효율적이고 영향력 있는 체계를 정립하는 게 관건”이라며 “이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 글로벌 인지도와 네트워크를 보유한 딜로이트가 역할을 하려 한다”고 귀띔했다.

“스타트업의 본질은 성장이다. 자금조달에 바탕한 성장이 공식화되고 보다 용이해질 필요가 있다”고 짚은 김 상무는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투자·육성업체)가 멘토 역할을 해왔지만 재무회계나 전략·기술·마케팅 자문 등 각 영역에서 성과를 내고 스케일업(scale-up)하는 데는 부족한 점도 있었다. 딜로이트가 거기에 주력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