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예배당(시나고그)에서 지난 27일 일어난 총격 사건으로 유대인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미국 유대교를 대표하는 전통 예배당의 하나인 피츠버그 유대교 예배당에서 대규모 총격 사건이 일어나자 유대인들은 자신들에 대한 공격이 더 거세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일부 유대교 지도자는 이번 사건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인우월주의가 낳은 결과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백인우월주의를 비난하라고 촉구했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유대교 예배당들은 경찰이 긴급 배치된 가운데 보안 절차를 강화하는 등 추가 범죄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DC의 아다스 유대교 예배당은 경찰과 사설 경비요원들이 주변을 에워쌌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마빈 하이어 유대교 사제는 “(이번 사건이) 유럽에서 나타난 반(反)유대인 성향 단체의 적대적 공격이 미국에서 시작되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데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 이런 사태를 막지 못한다면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

유대인 기업들도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에서 코세르(유대교 음식) 식당을 운영하는 태미 코헨은 “무장을 해야 하느냐”며 불안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진보 성향의 피츠버그 유대인들은 유대단체인 벤드디아크 홈페이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했다. 이들은 이번 참사를 트럼프 집권 3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온 미국 내 백인우월주의의 결과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백인우월주의를 부추기는 발언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악한 반유대주의 공격은 인류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사건이 발생한 피츠버그 유대교 예배당에서는 28일 희생자를 추모하는 예배가 열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약 2500명의 추모객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이날 하루 모금된 기금만 4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 국민이 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31일까지 정부 건물에 조기를 게양하도록 했다.

수사당국은 반유대주의자로 추정되는 40대 백인 남성이 27일 피츠버그 유대교 예배당에서 총기를 난사해 11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하는 등 최소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