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협동형·공영형·매입형 등 다양한 국공립유치원 신설 계획
"사립 못믿어"…학부모 불신에 국공립유치원 확대카드 낸 교육부
정부와 여당이 국공립유치원 확대 계획을 조기 달성하겠다고 밝힌 것은 사립유치원 업계에 비리가 만연한 관행과 이에 따른 학부모 불신을 단기간에 개선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다양한 형태의 국공립 유치원을 신설해 확대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25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전국 유치원 9천21곳 가운데 국공립은 4천801곳(53.2%), 사립은 4천220곳(46.8%)으로 국공립유치원이 더 많다.

하지만 국공립은 대부분 초·중학교 남는 교실을 쓰고 있어 1∼2학급 규모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원아 수 기준으로는 67만6천명 가운데 사립유치원생이 50만4천명(74.6%), 국공립 원생이 17만2천명(25.4%)으로 사립이 국공립의 3배 수준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로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2022년까지 40%로 높이는 유아교육 강화 방안을 내놨다.

계획대로라면 2018∼2019년 각 500학급씩, 2020∼2022년 각 530∼540학급씩 국공립유치원 2천600학급을 늘린다.

하지만 사립유치원 회계비리가 불거지자 교육부는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기로 하고 2019년에 신·증설할 학급을 기존의 500학급에서 1천학급까지 2배로 늘리기로 했다.

500학급은 2019년 3월 문을 열고, 나머지 500학급은 2019년 9월 문을 여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취원율 40% 달성 시기는 2021년이 된다.

설세훈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당초 계획이 1년 정도 당겨지는 것이고, 여건에 따라서는 조기에 40%가 달성될 수도 있다"며 "교사 수급의 경우, 추가로 필요한 500학급에 대해서는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사립 못믿어"…학부모 불신에 국공립유치원 확대카드 낸 교육부
2019년 3월 문을 열 500학급은 서울 78학급, 경기 158학급, 부산 17학급, 대구 10학급, 인천 25학급 등이다.

국공립유치원 확대를 위해 교육부는 ▲ 부모협동형 유치원(정부·공공기관 시설 임대 허용) ▲ 공영형 유치원 시범운영 ▲ 아파트 주민시설 장기임대형·사립유치원 매입 또는 장기임대형 공립유치원 등 다양한 형태의 유치원을 만들기로 했다.

부모협동형 유치원은 지역사회 학부모가 직접 유치원 설립·운영 전반에 참여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유치원이다.

시설 소유 의무를 완화하되 학습권 보장을 고려해 정부·공공기관 시설을 임대하는 방안을 허용할 방침이다.

실제로 어린이집의 경우 150여개 '협동 어린이집'이 있는데 공공성과 투명성이 비교적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립 못믿어"…학부모 불신에 국공립유치원 확대카드 낸 교육부
국공립에 준하는 공공성을 갖춘 사립유치원인 '공영형 유치원'도 늘리되 저소득층 밀집지역 또는 우수 유치원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한다.

공영형 유치원은 운영비 50% 안팎을 정부에서 지원받는 대신 법인으로 전환해야 하고 개방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교육청이 매입하는 매입형 유치원과 아파트 공동시설을 장기임대하는 유치원 등도 확대한다.

이와 함께 택지개발 지역의 공립유치원 정원 확보 기준을 초등학교 정원의 17.5∼32.5% 수준에서 25%로 조정한다.

권지영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장은 "내년 3월에 문 열 유치원은 이미 준비 중이고, (내년에) 추가로 개원할 유치원은 교육청별 수요를 파악해야 한다"며 "단설은 짓는데 2∼3년가량 걸리기 때문에 (초·중학교) 남는 교실(병설유치원)을 활용하는 등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립 못믿어"…학부모 불신에 국공립유치원 확대카드 낸 교육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강조하는 만큼 국공립유치원 확대도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보고 있다.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은 "국가가 유아교육·보육을 책임지겠다고 천명한 나라는 국공립(유치원·어린이집) 비율이 대단히 높고, '민간'의 범위에도 사인이 아닌 비영리 법인이 주로 들어간다"며 "한국은 지금껏 사립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는데 40%라는 목표는 이런 현실을 고려한 것이므로 양보할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