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사고·세계시민의식 길러줄 인문학 교육 힘써야"
20세기 들어 국제사회는 빈곤, 테러, 종교·인종 갈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유력한 방법 중 하나가 교육이다. 어떤 교육이 전쟁을 비롯한 각종 갈등과 분쟁의 질곡에서 인류를 구해낼 수 있을까. 다음달 6~7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8’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사진)은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글로벌 시민의식과 창의성을 갖춘 세계시민을 길러내기 위해선 인문학 교육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각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할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미래 교육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입니까.

“오늘날과 같이 세계화된 연결사회에서 기술의 발전은 생산, 이동, 소비, 소통의 방식까지도 탈바꿈시키고 있습니다. 학습과 기술습득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이죠. 8년여간 유네스코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확신한 것은 지구 자원의 한계를 경험하는 상황에서 궁극적인 재생에너지는 인간의 창의력에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이제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와 혁신 등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오랜 외교관 생활과 유네스코에서의 활동을 거치며 세계시민교육의 필요성을 깨닫고 강조해왔습니다.

“‘전쟁은 인간의 마음 속에서 생겨나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이라는 유네스코 헌장의 정신을 늘 되새기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국가·종족 간 분쟁과 테러 등 극단적 폭력, 문화유산 훼손, 인종 혐오 등이 벌어지는 것을 목도하면서 시민을 교육하는 학교 현장에서부터 조기에 이런 싹을 퇴치해나가야 한다고 확신했습니다.”

▶이런 분쟁과 갈등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봅니까. 세계시민교육이 ‘평화를 위한 전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많은 국가에서 디지털 디바이드(격차)는 물론 배움의 격차, 기술 격차 등 불평등 현상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난민 급증과 이주를 둘러싼 문제는 경제 성장은 물론 평화마저 위협합니다. 타인에 대한 공포, 차이를 인정하는 것을 거부하는 분위기 등도 갈등과 불화를 부추깁니다. 세계시민교육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평화와 상호이해를 증진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우리의 교육시스템이 타인의 존엄성과 정체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세계는 끝없는 분쟁에 시달려 결코 발전하지 못할 것입니다.”

▶한국을 ‘교육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루려는 개발도상국의 롤모델’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한국 교육이 어떤 점에서 세계시민교육 확산에 기여할 수 있을까요.

“한국은 교육의 힘으로 전쟁의 폐허에서 벗어나 기술 선진국이 된 대표적 사례입니다. 21세기 교육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이어야 합니다. 한국은 창의성의 뿌리가 되는 유·무형 지식과 예술, 문화 등 문화유산이 풍부합니다. 유네스코가 2010년 한국에서 ‘예술 교육을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2015년 ‘세계교육포럼’을 연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한국 교육은 그간 많은 성취에도 요즘 위기에 처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습니다. 한국 교육이 한 단계 발전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합니까.

“무엇보다 인문학 교육에 힘쓸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인문학을 통해 우리는 다른 국가의 역사와 문화적 다양성을 위협이 아니라 장점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함으로써 글로벌 시민의식을 함양하게 됩니다. 지금 살아가는 세상과 다른 세상을 꿈꾸고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 글로벌 시민으로서 도덕적·정치적 선택을 하도록 돕는 것 역시 인문학과 교육의 힘입니다.”

▶여성 리더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젊은 여성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우선 가지라고 주문하고 싶습니다. 또한 남성들의 태도에 휘둘리지 않을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녀야 합니다. 제 경험에 비춰보면, 여성들은 때론 자신이 해낼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비록 이런 어려움과 수많은 난관에도 세상은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성 평등’은 역사적으로 정의 실현의 문제일 뿐 아니라 여성과 남성, 그리고 공동체와 사회 전체에 이롭기 때문입니다.”

■이리나 보코바 약력

△1952년 불가리아 출생
△1976년 모스크바국립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
△1996~1997년 불가리아 외교부 장관
△2005~2009년 주프랑스 대사
△2009년 10월~2017년 11월 유네스코 사무총장
△2018년 3월~ 경희대 미원석좌교수 겸 후마니타스칼리지 명예대학장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