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가족, 그 행복의 원천
얼마 전 병원 사내커플이 결혼했다. 병원 내 혁신프로젝트팀에서 인연이 돼 만나기 시작했는데,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남들 눈에 안 띄게 사랑을 키워왔던 모양이다. 혁신팀에 주어진 과제가 버거워 같이 고민하던 중에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함께할 사람이란 생각이 든 것 같다. 아름다운 결혼식과 함께 행복한 한 가정이 탄생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어 100세를 향해 가고 있다. 긴 여정이다. 이 여정 동안 누구와 가장 긴 시간을 보내게 될까. 아마도 배우자일 것이다. 부모나 형제가 가장 긴 시간을 같이할 것 같지만, 각자의 가정을 가지는 순간부터 같은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한 세대가 시작한다.

병원에 있으면서 가장 애틋한 느낌이 드는 순간은 아픈 배우자를 걱정하는 부부의 모습을 볼 때다. 생면부지 남으로 태어난 두 사람이 어찌 연이 돼 부부가 됐고, 그들이 수십 년간 자녀를 낳고 키우고 인생의 역정을 함께하며 쌓아온 정이 서로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어쩌면 그보다 더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이런 가족의 소중함을 잃어가는, 아니 알지 못하는 사회가 돼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나의 걱정과 나의 기쁨을 진심으로 같이 걱정하고 슬퍼하고 또 기뻐해 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가족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면서 그 역할을 해 주고자 하지만, 바쁜 우리의 일상은 역할을 해 주고자 하는 가족들을 지치게 하는 것 같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에 무엇이 그리 바빠서 가정을 꾸리고자 하는 사람도, 또 자녀를 가지고자 하는 사람도 이리 적을까.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너무 집중해 서로에게 무관심한 가족들을 보면서,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작년에 읽었던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생각났다.

책에서 원숙한 철학자가 화가 난 청년에게 “다른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비칠까를 생각하는 동안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나는 없어진다. 복잡하고 부조리한 세상 속에 번뇌하는 나만이 남는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를 가장 사랑하는 가족에게는 미움받을 용기가 넘치는데, 타인에게는 미움받을 용기가 없는 것 같다. 이 때문에 가족의 소중함이 더 빨리 희석돼 가는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는 가족의 가치를 알고 존중한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