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여수시 이순신광장에서 열린 ‘2018 여수밤바다 불꽃축제’에서 여수 바다를 배경으로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여수시  제공
지난 9월 여수시 이순신광장에서 열린 ‘2018 여수밤바다 불꽃축제’에서 여수 바다를 배경으로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여수시 제공
전남 여수(麗水)시는 옛 여수시와 여천시, 여천군 등 ‘3여(麗)’가 1997년 통합을 이룬 뒤 전남 제1의 도시이자, 남해안 대표 핵심도시로 부상했다. 통합 여수시는 전국 처음으로 순수하게 주민 발의에 따라 이뤄졌다. 주민의 참여와 양보, 합의가 이뤄낸 성과로 한국 지방자치제도 발전에도 큰 영향을 줬다.

여수시는 통합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뒤 ‘바다와 섬을 품은 관광도시’로 급부상하면서 지난해 국내 시·군 가운데 가장 많은 1508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산업단지가 있는 여수국가산단은 국내외 기업의 투자가 잇따르면서 기술 고도화와 체질 개선 등으로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권오봉 여수시장은 “고품격 관광정책과 율촌2산단 조기 조성으로 국내 최고 경쟁력을 갖춘 산업도시, 국내에서 첫손에 꼽히는 관광도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말했다.

세 차례 무산 끝에 탄생한 통합 여수시

여수는 원래 한 곳이었다. 1924년 돌산군이 여수군에 편입되면서 모두 여수로 불렸다. 그러다 1949년 여수군의 여수읍만 떼내어 여수시로 승격시키고, 나머지 9개 면을 여천군으로 개칭했다. 1966년에는 여천군 삼일면과 쌍봉면에 여천공업단지가 조성됐는데, 여천공업단지는 1970년대 들어 국내에서 손꼽히는 석유화학공업단지로 발전했다. 이 지역의 인구가 크게 늘고 또한 주거 환경이 바뀌자 1986년 2개 면만 여천시로 승격됐다. 여수는 이렇게 여수시, 여천시, 여천군으로 나뉘었다. 3여 지역 주민들은 앞서 1995년 승주군과 통합한 순천시와 광양시의 규모에 위축감을 느꼈다. 행정력과 예산 낭비, 지역 현안 사업의 지연도 통합을 추구하는 배경이 됐다.

3여 통합은 1994년부터 1995년까지 주민 의견 조사를 거쳐 세 차례의 시도가 있었지만 무산됐다가 1998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한 해 앞둔 1997년 주민들의 발의로 극적으로 성사됐다.
전남 제1의 도시로 우뚝 선 여수…年1500만명 찾는 해양관광 메카 도약
2012 여수세계박람회 도시 발전의 전기

3여 통합 전 주력산업인 수산업의 위축으로 쇠퇴일로를 걷던 여수시는 통합을 통해 인구 29만 명의 전남 동부권 중심도시로 면모를 일신했다. 1조원이 넘는 예산과 커진 도시 경쟁력을 바탕으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와 성공 개최라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생산유발효과만 12조2328억원을 기록하며 시의 발전을 견인했다. 박람회 개최는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도 기여했다. 전라선 복선화 사업과 서울~여수 KTX 운행, 여수~순천 자동차전용도로 건설, 여수~고흥 연륙·연도교 가설, 광양~목포 고속도로 개통, 여수국가산단 진입도로 건설 등 여수로 향하는 교통지형은 크게 향상됐다.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여수시는 ‘국내 해양관광콘텐츠 1번지’로 올라섰다. 오동도와 진남관, 향일암 등은 물론 금오도 비렁길, 해상케이블카, 아쿠아플라넷, 해양레저 체험프로그램, 여수밤바다와 낭만포차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시는 연간 관광객 1500만 명이 방문하면서 일반숙박·외식·문화산업이 최고 50% 이상 성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관련 일자리 역시 1000여 개가 창출됐다. 여기에 미래에셋 컨소시엄에서 1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경도해양관광단지 개발은 올해 말 정부의 심의를 마치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다. 시는 경도관광단지가 완성되면 국내 관광을 넘어 세계적인 관광 허브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지난 18일 “경도에 일본 나가사키의 하우스텐보스 테마파크처럼 트렌디하고 사계절 관광이 가능한 시설을 일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더불어 365개의 보석 같은 섬,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과 해상국립공원, 천혜의 해양자원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물가 상승과 교통 체증, 주차공간 부족, 소음 문제 등 관광객 증가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는 새로운 관광정책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방문객 수 위주의 관광통계나 지표를 앞세운 양적 위주 관광정책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관광업계 종사자에 대한 의식교육 시행과 외곽순환도로 개설, 공영주차장 확충, 관광시설 다변화로 관광객 분산을 유도하겠다”며 “여수시관광협의회의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 등 지속가능한 관광정책을 펼쳐 관광객과 시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산업단지 보유

석유화학산업 호황으로 여수시 경제도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 석유화학산업단지인 여수국가산단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수산단은 총면적 3255만㎡ 규모에 지난 8월 기준 60조8955억원의 총생산액을 기록했다. 국내외 기업은 잇따라 여수에 투자를 추진 중이다. 올해 초에는 GS칼텍스 여수공장이 2조원대 규모의 석유화학시설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민선 7기에 들어선 뒤에는 포스코ESM이 율촌산단에 2차전지 원료 양극재 제조공장을 설립하는 570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여수시와 맺었다. 세계적 화학기업인 프랑스 에어리퀴드도 1260억원을 들여 화학원료 생산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지난 18일에는 금호피앤비화학이 여수산단에 2000억원을 들여 비스페놀에이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시는 지역 산단기업의 기술고도화와 체질 개선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관광도시 여수에 산업도시라는 또 다른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수국가산단의 경쟁력 유지와 미래신성장산업 유치 기반 조성을 위해 율촌2산단의 조기 조성, 기업 투자 유치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여수=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