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21일 저녁 미국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 콘서트가 열렸다. 콘서트가 끝나자 귀가 전쟁이 벌어졌다. 콘서트 관람을 마치고 나온 시민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꺼내 차량 호출·공유 서비스인 우버 앱(응용프로그램)을 켰다. 차량 호출이 평소의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수요가 몰리면서 운임도 기본요금에 비해 80% 비싸졌다.

아리아나 그란데 콘서트와 카카오 카풀
비슷한 일은 서울에서도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콘서트 같은 대형 행사 때문이 아니더라도 서울 곳곳에선 밤늦게 택시를 잡지 못해 애태우는 시민을 손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뉴욕과 서울 사이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아리아나 그란데 콘서트가 열렸던 그날 밤 뉴욕의 우버 요금은 곧 평소 수준으로 내려갔다. 요금이 오르자 승객을 태우러 가겠다는 우버 운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날 뉴욕에서 우버로 차량을 요청한 사람 중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사람은 없었다.

반면 서울에선 택시를 타려는 사람이 많아도 요금이 올라가지 않는다. 시간대에 따른 심야 할증이 있을 뿐이다. 문제는 도무지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는 데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밤 11~12시 서울·인천·경기 지역에서 카카오 택시 호출은 13만 건에 달했다. 하지만 호출에 응답한 택시는 4만1000대에 불과했다.

뉴욕과 서울의 차이를 가르는 것은 딱 하나다. 뉴욕은 택시시장이 시장원리에 따라 돌아가고 있고, 서울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뉴욕에선 승객이 많아지면 택시도 몰리지만 서울은 승객이 아무리 많아져도 택시가 나타나지 않는다. 뉴욕에서도 기존 택시기사들의 반발 등 우버를 둘러싼 갈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서울에서처럼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해 원천 봉쇄하지는 않는다.

경제학자들은 우버를 예로 들면서 ‘가격 상승이 소비자에게도 이익’이라고 설명한다. 승차 수요가 늘어도 가격이 올라가지 않지만 택시를 잡을 수 없는 서울보다는 비싼 요금을 내고서라도 택시를 탈 수 있는 뉴욕이 낫다는 얘기다.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증가하는 수요·공급 원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다.

세계 각국이 우버와 같은 차량 호출·공유 서비스를 허용하는 것은 기존 업계의 이해관계보다 소비자 후생을 중시해서다. 스티븐 레빗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 연구팀은 2015년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로스앤젤레스(LA) 등 미국 4개 도시의 우버 이용 사례 4800만 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우버의 소비자 잉여는 요금 1달러당 1.57달러로 나타났다. 바꿔 말하면 우버 이용자들은 1달러를 내고, 2.57달러 가치의 서비스를 받았다는 의미다.

레빗 교수는 우버 이용으로 미국 경제 전체에 발생하는 소비자 잉여가 연간 68억달러(약 7조7000억원)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버 진입에 따라 기존 택시기사들이 얻는 손익 규모보다 소비자 잉여가 크다고 설명했다. 호주 경제조사업체인 딜로이트액세스이코노믹스는 호주에 우버가 도입된 뒤 소비자들이 연간 8000만달러의 이득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카카오가 카풀 사업을 하려 하자 택시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택시업계 입장을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한국 택시요금이 주요국과 비교해 낮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택시업계가 그동안 소비자 편익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느냐는 시민들의 비판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125년 전통의 미국 유통기업 시어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저가 할인점 등장, 모바일 쇼핑 확산 등 시대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파산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시어스의 처지는 택시업계가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

시어스 사례가 주는 교훈은 단순히 시대 변화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뻔한 얘기가 아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옵서버는 “소비자들은 시어스 파산에 별다른 느낌이 없을 것”이라며 “시어스의 빈자리는 아마존과 다른 유통기업이 쉽게 채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은 필요하지 않은 기업이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지 않는다는 냉정한 진단이다. 택시업계는 택시가 없어져도 소비자들이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을 시대가 그리 머지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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