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운명의 맞대결… H.O.T. vs 젝스키스 '잠실 콘서트' 관전포인트 셋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90년대 가요계는 H.O.T와 젝스키스가 양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그룹 인기는 과열 양상으로까지 번져 팬클럽 간 다툼이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었다. 그만큼 H.O.T와 젝스키스의 대결 구도는 늘 관심을 받아왔다. 그렇게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들도 여러 상황이 맞물리며 결국 해체의 길을 걸었고 많은 팬들은 아쉬움에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리고 십 수년이 2018년 10월 13일. 두 그룹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한 날 한 시에 잠실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콘서트로 팬들을 만난다.

▲ 무려 17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H.O.T의 '긴장감'
사진=SM엔터테인먼트
사진=SM엔터테인먼트
지난 1996년 '전사의 후예'로 데뷔한 H.O.T는 13일~14일 양일간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2018 Forever [High-five Of Teenagers] Concert'를 개최한다. 이는 팬들이 17년 동안 기다렸던 재결합 콘서트로 순식간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1세대 아이돌을 대표하는 H.O.T의 저력을 입증했다

H.O.T는 데뷔 후 '캔디', '행복', '위 아 더 퓨처' 등의 히트곡을 내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십대들의 승리'(High-five Of Teenagers)를 뜻하는 팀 이름처럼 90년대 후반 10대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다. 이후 중국 시장에 진출해 한류의 문을 연 그룹으로 평가받는다.

이들이 정식으로 팬들 앞에 서는 것은 해체 전인 2001년 2월 27일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공연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H.O.T는 그해 5월 해체했다.

H.O.T는 복귀과정도 드라마틱했다. 지난 2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토토가' 3탄으로 재결합에 성공한 H.O.T는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만큼 반응이 뜨거웠고 '무한도전' 이후 정식으로 H.O.T의 콘서트가 성사된 것이다.

멤버들 역시 콘서트를 앞두고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토니안은 공연 하루 전인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자 이제 하루 남았어. 공연장 쌀쌀하니까 따숩게 입고. 토니안 올 것이 왔어. go H.O.T concert 내일. 17년 1013. 서울올림픽주경기장"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는 글을 게재했다. 장우혁과 이재원, 강타 역시 이번 콘서트를 기다려왔다고 말해 팬들의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 메인 보컬 부재…젝스키스의 '책임감'
20년 만에 운명의 맞대결… H.O.T. vs 젝스키스 '잠실 콘서트' 관전포인트 셋
1990년대 후반 H.O.T와 쌍벽을 이룬 젝스키스 역시 13일~14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SECHSKIES 2018 CONCERT [지금·여기·다시]'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강성훈이 불참하면서 아쉽게도 4인조로 진행하게 됐다.

젝스키스 역시 '무한도전'을 통해 재결합하며 1세대 아이돌의 저력을 입증했다. 1997년 데뷔한 젝스키스는 H.O.T보다 한 해 늦게 데뷔하고 한 해 더 앞선 2000년 해체했다. 본래 6인조였지만 2016년 재결성 당시 고지용이 합류하지 않아 5인조로 활동해왔다.

특히 젝스키스는 재결합 이후 YG엔터테인먼트의 든든한 지원 아래 더욱 활발하게 활동했고 신곡 발표와 공연을 꾸준히 선보였다. 이번 콘서트 역시 젝스키스의 활발한 활동으로 더욱 풍성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젝스키스는 지난 데뷔 20주년 콘서트에서 "2018년에도 다양한 활동으로 '옐로우키스'들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 새로운 기적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한 바 있다. '지금', '여기', '우리' 세 단어로 젝스키스와 팬들이 다시 하나가 되자는 약속을 전한 만큼 오늘 콘서트 역시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잠실에서 하나된 H.O.T와 젝스키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중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중
두 그룹의 오늘 공연이 주목받는 이유는 1990년대 TOP 그룹이 공연 날짜도 겹칠 뿐만 아니라 H.O.T 콘서트장인 올림픽주경기장과 젝스키스 콘서트장인 체조경기장이 같은 잠실에 위치해있기 때문이다.

H.O.T 관객 인원은 총 8만명이고 젝스키스 관객 인원은 약 2만명으로 양적으로 두 그룹의 열기를 비교할 수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H.O.T와 젝스키스가 시간을 뛰어넘어 팬들에게 다시 돌아왔다는 점이다.

하지만 양 팀이 처한 상황은 약간 다르다. 17년 만에 멤버들이 뭉친 H.O.T는 콘서트에 대한 관심이 가히 폭발적이다. 예매 오픈 즉시 8만석이 단숨에 매진됐고 온라인에서는 수 십 만원짜리 암표가 바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반면 젝스키스는 메인 보컬 강성훈이 구설로 이번 콘서트에 빠져 다소 김이 빠진 측면이 없지 않다. 강성훈은 젝스키스의 메인 보컬이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채우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하지만 재결합 후 첫 대형 콘서트를 갖는 H.O.T의 긴장감과 멤버 두 명이 빠진 젝스키스의 책임감을 뛰어넘는 애틋한 감정이 오늘 공연장을 뒤덮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들이 어떤 공연으로 팬들의 사랑에 보답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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