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공기업 부채' 경고에도…"문제 없다" 반복하는 기재부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문 부채가 유럽연합(EU) 권고수준인 60%를 넘었는데….”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를 비롯한 재정 전문가들은 “기획재정부의 공공부문 부채에 대한 인식이 지나치게 안일하다”며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기업 부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할 때마다 기재부가 “문제없다”는 식의 대답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탈(脫)원전 정책과 무리한 일자리 늘리기로 주요 39개 공기업의 당기순이익이 올해 10분의 1 토막(작년 대비) 날 것이라는 한국경제신문 보도(본지 10월11일 A1, 3면 참조)가 나간 직후 기재부는 즉각 설명자료를 내놨다. “공기업 부채가 GDP 대비 29%(작년 말 기준)로 안정적인 수준”이라는 반박성 논리를 폈다. 과연 그럴까.

한국의 부채 통계는 중앙·지방정부의 빚인 국가채무(D1)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 비영리공공기관과 비금융공기업 부채를 더하면 공공부문 부채(D3)가 된다. 공기업 부채는 문제가 생기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국가 채무와 공기업 부채를 합쳐 봐야 하는 이유다.

선진국은 일찍이 민영화를 진행해 공기업 부채 규모가 크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7개 나라만 공기업 부채를 포함한 공공부문 부채를 발표한다. 한국은 공기업 부채가 우려스러운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주요 39개 공공기관 부채는 472조3000억원. 2022년엔 이 수치가 539조원으로 작년 말 대비 13.2%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EU가 권고하는 공공부문 부채비율은 GDP 대비 60%다. 올해 말에는 국내 공공부문 부채 비율이 70%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한국 공기업 부채에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S&P는 이달 초 “공기업 부채가 GDP의 30%에 달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기재부 출신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작년 말 38.6%에 불과해 문제가 없다는 정부 설명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일본은 GDP 대비 공공부문 부채가 150%로 높아지는 데 10년이 걸렸는데 고령화 속도가 빠른 한국도 비슷한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