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 사망, 주택 150채 침수…피해 규모 늘 듯
"집은 엉망이지, 전기도 안 들어오지. 어떡합니까.

당장 잘 데도 없습니다.

"
6일 오후 경북 영덕군 영덕읍에서 만난 60대 주민은 이같이 하소연했다.

영덕은 태풍 '콩레이'의 직접 피해를 본 곳이다.

태풍 탓에 5일부터 6일까지 영덕에는 309.5㎜의 비가 왔다.

특히 영덕읍에는 383.5㎜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다가 보니 영덕에는 곳곳이 물에 잠겼다.

특히 영덕읍 저지대는 성인 허리까지 잠길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다.
영덕읍 B마트는 직원들이 못쓰게 된 짐을 정리하고 안에 들어찬 물과 흙을 치우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B마트 관계자는 "위에 있는 못에서 물이 내려오고 가게 앞에 있는 오십천에서는 물이 차올라 양쪽에서 물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B마트에는 낮 12시가 조금 지난 시간부터 물이 차기 시작해 오후 늦게서야 물이 빠졌다.

길보다는 50㎝ 정도 높은 곳에 있음에도 마트 안에 성인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찼다고 했다.

물이 밀려들어 마트 아래쪽에 둔 물건은 대부분 젖어 쓸 수 없는 형편이 됐다.

B마트 관계자는 가게를 찾은 손님에게 "오늘은 치워야 하기 때문에 영업하지 못한다"며 돌려보냈다.
B마트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한 주점도 상황이 심각했다.

B마트보다 더 낮은 곳에 있는 이 주점에는 성한 물건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방에 있는 냉장고가 쓰러졌고 무거운 돌침대조차 약 50㎝ 이동했다.

서랍이나 가재도구는 전부 흙과 물에 젖었고 빠른 물살 탓에 제자리를 벗어서 쓰러지거나 뒤집힌 상태였다.

이 주점 관계자는 "전기도 다 나가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침통한 어조로 말했다.

영덕 젖줄인 오십천과 가까운 영덕시장 역시 상황은 심각했다.

저지대인 이곳에는 성인 허리 높이인 1m까지 물이 차올랐다고 했다.

곳곳이 정전돼 어두운 상태에서 주민은 수돗물을 틀어 청소하고 있었다.

한 만둣집 업주는 "허리까지 물이 차올라 우선 밀가루 등 각종 짐을 올려놓고 마지막에 빠져나갔다"며 "물을 퍼내거나 막아봤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영덕시장 주변 가정집에선 가재도구를 치우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이정길(65)씨는 "약 20년 전에 태풍이 와서 한 번 이런 일이 있었는데 다시 물난리를 겪었다"며 "집 안에 70㎝ 정도 물이 들어와 가재도구 대부분 버려야 할 형편"이라고 털어놓았다.

농경지 침수도 많았다.

영덕읍 오십천 주변 사과밭과 논 등 농경지에는 6일 저녁까지도 물이 빠지지 않은 곳이 많았다.

6일 오후 영덕∼상주 고속도로 영덕군 지품면 구간에는 비탈면에서 흙과 돌이 무너져 도로공사가 긴급 복구에 나서기도 했다.

영덕군은 계속 피해가 늘고 있어 피해 규모를 모두 집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북도 등에 따르면 6일 낮 12시 45분께 경북 영덕군 축산면 축산리에서 김모(83)씨가 집 앞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4시간 만에 인근 도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또 6일 오후까지 영덕에선 주택 150채가 침수되고 영덕 강구항에서 어선 15척이 표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