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이틀 앞두고 사치품 및 무기 밀거래 혐의로 북한 외교관과 터키 기업 등을 독자 제재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4일(현지시간) 북한의 유엔 제재물품 수입에 관여한 이성운 몽골 주재 북한대사관 경제상무참사관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물건을 판매한 터키 종합상사 시아팰컨과 이 회사 휘세이인 샤힌 최고경영자(CEO), 에르한 출하 총지배인도 제재 대상으로 함께 지정했다.

이번 제재에 따라 이들 법인 및 개인의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며 달러화를 이용한 국제 결제와 송금도 사실상 금지된다. 미국의 독자 제재는 지난달 13일 정보기술(IT) 기술자 국외 송출과 관련해 북한인 한 명과 중국, 러시아 기업 2곳에 대한 제재를 한 지 21일 만이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에 따르면 시아팰컨은 북한과 무기 및 사치품을 직·간접적으로 교역했으며, 이성운은 거래를 위해 시아팰컨의 초청을 받아 올해 터키를 방문하기도 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제재 대상자들은 무기 및 사치품 거래를 금지한 유엔의 대북 제재를 노골적으로 어기려 시도해왔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이번 제재는 7일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을 앞두고 북·미 협상과는 별도로 대북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하면서 외교적 마찰을 빚고 있는 터키에 대한 경고 차원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7월 초 3차 방북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면담하지 못한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엔 김정은을 만나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무부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없는 한 협상과 연계한 대북제재 완화는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2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장관급 회의에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 달성 전까지는 제재를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날도 북한의 핵시설물 신고 보류를 제안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미국의 목표는 북한의 FFVD 달성”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완전히 마무리지어 북한 핵 문제가 다시 대두되지 않길 원한다”고 재확인했다. 이어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 계획은 없다”며 유엔 일각에서 제기된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제재 유예 가능성도 일축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