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사옥. (사진=한경DB)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사옥. (사진=한경DB)
현대자동차가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판매 회복에 속도를 못내면서 하반기 실적 회복이 지연될 전망이다. 올 상반기 1조6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7% 급감한 현대차는 이달 말 3분기 경영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에 최대 25% 관세 부과 항목을 저울질하고 있는 점은 현대차의 수익성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4일 증권가 및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들어 유럽과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에서 견조한 판매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해외 주력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의 오랜 침체는 실적 개선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월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량(도매 기준)은 전년 동월 대비 6.6% 감소한 38만4000대로 집계됐다. 이중 미국과 중국에서 더딘 판매 회복세를 보인 게 전체 판매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작년 같은 달보다 0.6% 늘어난 5만7359대를 기록한 가운데 제네시스는 419대에 그치며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특히 북미 판매를 시작한 신형 싼타페가 월 1만대 기대치를 밑도는 5400대에 그친 점은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형 싼타페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한 배경은 경쟁심화 환경 속에 인센티브를 너무 낮게 책정한 이유가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신형 싼타페 판매는 6월 43대, 7월 1461대, 8월 6031대에서 9월 5400대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돼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다"며 "싼타페 미국시장 월별 판매 추이는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중국은 지난해 사드 이슈 이후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달 중국 판매량(도매 기준)은 약 8만대로 작년 9월보다 8%가량 줄었고 소매 판매는 6만5000대로 11% 감소해 완연한 회복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부진 장기화에 따른 9월 중국공장 출고는 전년 대비 5.9% 감소해 글로벌 출고 감소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4분기 이후 지난 2분기까지 3분기 연속으로 1조원을 밑도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하반기 미국과 중국 시장 회복이 지체될 경우 연간 영업이익이 3조원 안팎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계절 성수기로 진입하는 남은 4분기 동안 공장 가동률 회복, 믹스 개선 및 인센티브 하락이 기대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4분기 이후 완만한 속도로 중장기 관점의 회복 전망을 유지할 것이고, 미국의 경우 우호적 달러 환경 하에 영업일수 증가에 따른 수출 증가, 신차 효과로 인한 인센티브 하락으로 완성차 중심의 손익 회복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내다봤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