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플립’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한물간’ 영화와 브랜드를 밀레니얼 세대가 되살렸다는 점이다. 플립이 미국에서 상영된 건 2010년. 이후 인터넷 등을 통해 이 영화를 접한 국내 밀레니얼들은 ‘내 인생 최고의 영화’란 평가를 내렸고,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리뷰를 퍼날랐다. 국내 배급업체는 이례적으로 ‘7년 묵은 영화’를 스크린에 올렸다.
최강 소비新인류…'밀레니얼 파워'가 판을 바꾼다
5년 연속 매출이 20%씩 쪼그라들던 구찌 역시 2015년부터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디자인과 마케팅을 파격적으로 바꾸면서 매출 성장률(올 상반기 45%)이 가장 높은 명품 브랜드로 변신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국내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1981~1996년 태어난 국내 밀레니얼 세대는 109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1.2%를 차지한다. 소비시장에서 차지하는 파워는 인구 비중보다 훨씬 크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고 정보 검색에 능하기 때문이다. 부모나 직장 상사 등 윗세대들도 각종 제품을 사거나 식당을 예약할 때 이들에게 의존한다. 사실상의 ‘구매 결정권’을 밀레니얼 세대가 쥐고 있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소비 세대”(미국 소비자 조사업체 퓨처캐스트의 제프 프롬 대표)로 성장하자 국내외 기업들은 앞다퉈 ‘밀레니얼 세대 잡기’에 뛰어들었다.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신개념 제품을 내놓고, 디자인도 뜯어고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정치적 영향력도 키우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인을 아이돌 가수처럼 우상화하는 ‘정치 팬덤화’를 주도하고 있다. “사실상 새로운 형태의 정치집단”(류석진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으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명화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가 앞으로 10~20년 동안 세계 정치·경제·문화 트렌드를 주도할 것”이라며 “기업의 상품·서비스는 물론 정부 정책의 성패도 밀레니얼 세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

millennial generation. 1981년부터 1996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미국 퓨리서치 기준)를 말한다. 새로운 밀레니엄(2000년) 이후 성인이 돼 트렌드를 이끄는 주역이 됐다는 뜻에서 ‘새천년 세대’로도 불린다.

오상헌/고재연/김보라 기자 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