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제재 등의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정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업종 내 주요 종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에너지주도 함께 오른다’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몰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요즘과 유가가 비슷한 흐름을 보인 2009~2011년 주요 에너지주는 기간 내 최고가가 최저가 대비 4배 안팎으로 뛰는 등 강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지금은 2009~2011년과 대외여건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에너지주가 당시처럼 강세를 나타내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가 오르면 동반 급등하는 에너지株… 이번엔?
◆유가 따라 오르는 에너지주

작년 6월21일 배럴당 42.05달러(장중)에 바닥을 찍은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이후 상승세를 타 지난 26일 배럴당 71.57달러로 장을 마쳤다. 브렌트유는 25일 배럴당 81.87달러로 마감해 2004년 11월10일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 상승세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란 게 정유업계와 증권가의 전망이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급 측면의 불확실성 때문에 주요 산유국이 증산에 나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오는 11월부터 미국의 이란 제재가 시작돼 공급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HSBC는 브렌트유가 조만간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유가(브렌트유 기준)가 14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한 영향으로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3.99%) 에쓰오일(4.21%) 한국가스공사(4.26%) 대성에너지(1.04%) 등 주요 에너지주가 일제히 상승했다. 자회사 GS칼텍스가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통상 정유주로 분류되는 GS도 2000원(3.85%) 오른 5만4000원에 장을 마쳤다.

◆2009~2011년의 추억 이번에도?

에너지주가 유가와 같이 움직이는 모습은 과거에도 자주 나타났다. 2017년 이후 국제 유가 움직임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 2009~2011년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수요 위축 우려로 2008년 12월19일 배럴당 33.87달러까지 떨어졌던 WTI는 2009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2011년 4월29일 배럴당 113.93달러로 정점에 달했다. 이 기간 정유주와 LNG주에 더해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주도 급등세를 보였다. 기간 내 최저가 대비 최고가 상승률(장중 기준)은 에쓰오일이 246.93%, 가스공사 214.95%, OCI가 311.91%에 달했다.

유가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정유주는 2009~2011년 생산설비 신·증설 중단에 따른 석유제품 공급 감소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확장 정책에 따른 수요 증가 등의 요인으로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생산비용을 뺀 금액)이 커졌다. LNG와 태양광 등은 유가 급등에 따른 반대급부로 친환경 에너지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에 더해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지원 정책이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때와 상황이 달라 관련주가 일제히 오르긴 힘들 것이란 분석이 많다. 정유업종은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내 환경규제 여파 등으로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6.71달러였던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이달 들어(26일까지) 6.00달러로 떨어졌다.

LNG주 전망은 밝은 편에 속한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의 발전계획에 따라 천연가스 발전 비중이 2017년 16.9%에서 2030년 18.8%로 늘어날 것”이라며 “친환경 발전 수요가 증가하면서 발전용 가스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에너지의 대표격인 태양광주는 미국의 무역장벽 확대, 중국의 보조금 축소 등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OCI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465억원으로, 전년 동기(787억원)보다 40.9% 감소할 전망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