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 첨단로에 있는 한국가스공사 본사에서 직원들이 지난 20일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대구=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대구광역시 첨단로에 있는 한국가스공사 본사에서 직원들이 지난 20일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대구=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한국가스공사는 올초 비상경영을 개시했다. 고강도 경영 혁신과 체질 개선을 위해서다. 간부급 인사에서 사내 연차 기준으로 7기 이상 낮은 젊은 부서장이 대거 발탁됐다. 부장급 이상 간부들은 젊고 유능한 승진자 위주로 교체됐다. 1983년 창사 이후 처음 여성 본부장이 선임되기도 했다.

가스공사 실적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상반기 매출은 13조828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788억원, 당기순이익은 651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5%, 169.9% 늘어난 수치다. 다른 에너지 공기업들이 실적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것과는 딴판이다. 가스공사는 이 같은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하는 배당금 비율)을 2020년 4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천연가스의 역사”

가스공사의 35년 역사는 한국 천연가스의 산 기록이다. 가스공사는 천연가스 및 액화천연가스(LNG)의 안정적 공급을 사명으로 삼고 있는 에너지 공기업이다. LNG는 기존 벙커C유 대비 황산화물 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을 15~100% 적게 배출하는 대표적인 친환경 연료다.

가스공사는 천연가스 저장탱크 및 배관시설을 독점적으로 건설·운영하고 있다. 도시가스용과 발전용 가스를 주로 공급한다. LNG 구매량만 놓고 보면 세계 2위다. 작년 기준 약 16개국에서 총 3300만t의 LNG를 국내로 들여왔다.

가스공사가 천연가스를 도입해 발전소(평택화력발전)에 처음 판매한 건 1986년이다. 비슷한 시기 수도권에 도시가스용 천연가스를 대는 등 천연가스 사업의 토대를 다졌다. 1990년대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던 때다. 1993년 중부지역 등으로 판매지역을 확대했고, 1997년엔 세계 최대 송출 능력을 갖춘 인천LNG터미널을 준공했다.

가스공사는 경기 평택, 인천, 경남 통영, 강원 삼척 등 전국 4개 LNG터미널에 천연가스 저장설비 72기를 갖췄다. 국내 공급 배관 길이만 총 4848㎞에 달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공급설비다.

이 회사는 2000년대부터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천연가스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한편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다. 가스공사는 10~20년 만에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평가다. 2011년에는 미국 포천지 주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너지 부문 4위)에 선정됐다.

멕시코 등 13개국에서 탐사·운영

가스공사의 LNG 저장 능력은 총 1147만kL다. 세계 에너지 기업 중 저장 능력 1위다.

가스공사는 오는 2031년까지 충남 당진에 국내 다섯 번째 LNG터미널을 지을 계획이다. 약 3조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저장탱크 10기를 짓는 대형 사업이다. 제주 애월항 내에는 저장탱크 2기를 별도로 짓고 있다. 내년 8월 완공 목표다. 제주지역의 저장탱크 구축은 지역 내 숙원이었다.

가스공사는 세계 여러 나라로 천연가스 도입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국내 LNG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적정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자는 차원이다. LNG 판매처 역시 기존 도시가스용이나 발전용뿐만 아니라 산업용으로 확대하고 있다. 가스공사가 주(主) 배관을 통해 각 지방자치단체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보급률은 92.1%에 달한다.

가스공사는 세계 13개국에서 25개의 천연가스 관련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한 결과다. 대표적인 나라가 미얀마 모잠비크 우즈베키스탄 호주 이라크 등이다. 천연가스 및 원유 탐사·개발 등 상류 사업뿐만 아니라 LNG 액화, LNG터미널 운영, 해외 도시가스 배관 건설 및 운영 등 중·하류 인프라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인 조달과 함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2025년까지 10조원 신규 투자

가스공사는 지난달 창립 35주년을 맞아 미래 경영 전략을 담은 ‘장기 경영계획 KOGAS 2025’를 발표했다. 천연가스 도입·생산·공급부문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2025년까지 총 1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9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게 주 내용이다. 또 공기업으로서 공급원가를 6조원어치 낮추고, 천연가스 신수요를 700만t 창출하며, 공기업 청렴도 1등급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천연가스산업 경쟁력 향상을 통한 에너지 전환 정책 지원 △수소·LNG 벙커링(연료 주입) 등 신수요 창출을 통한 미래사업 추진 △일자리 창출 및 사회적 가치 이행을 통한 공공성 강화 △해외사업 재정비 및 민간업체와의 해외 동반 진출 △개방·협업형 기술개발 주도를 제시했다.

특히 LNG 벙커링은 가스공사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차세대 성장사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선박 배출가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내년 말 LNG 벙커링 겸용선을 국내에 처음 도입하기로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국내 LNG 벙커링 수요는 2022년 31만t에 달할 전망이다.

가스공사는 국내 교통·수송분야 미세먼지 배출의 63%를 차지하는 경유 화물차 연료를 친환경 LNG로 대체하는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타타대우상용차, 한국천연가스수소차량협회와 공동 개발한 LNG 화물차 시범차량을 인도한 게 출발점이다. 이 차량은 타타대우상용차 차체에 이탈리아 FPT사의 LNG 전용 엔진을 탑재해 400마력의 강력한 힘을 내는 게 특징이다. 한 번 충전해 800~1000㎞를 운행할 수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8t 이상의 화물차 중 절반(6만 대)만 LNG 화물차로 교체해도 서울시 연간 미세먼지 발생량의 55%인 1474t을 저감할 수 있다”며 “LNG 벙커링, LNG 화물차, 수소차 충전인프라 등 다양한 친환경 연료 전환 사업에 총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