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숭 한일재단 전무. / 사진=한경 DB
서석숭 한일재단 전무. / 사진=한경 DB
국제협력을 통해 어렵사리 마련된 해외 업체 입사면접에 불참하는 ‘취업 노쇼(No Show)’ 현상에 대한 하소연이 나왔다. 이 같은 사례가 빈번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 청년들의 글로벌 신뢰도와 이미지를 갉아먹는 행위인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취업난을 겪는 국내 청년들과 구인난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들의 매칭(matching) 차원에서 그동안 꾸준히 양국을 잇는 인재채용을 주선해온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의 서석숭 전무(사진)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대학생들의 소위 ‘노쇼’ 현상에 고충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일본 현지 총영사관, 상공회의소 등과 연계해 화상면접을 진행한 뒤 채용 여부를 결정짓는데 이 자리에 아무런 연락도 없이 빠지는 취업준비생이 종종 있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은 약속시간에 맞춰 면접을 진행하러 왔는데 막상 한국 취준생이 나타나지 않아 어그러진다고 했다.

서 전무는 “극히 일부의 사례지만 현지 기업들 머릿속에 ‘한국 청년들은 진정성이 없다’는 선입견이 생기는 것이 문제”라면서 “그 학생만의 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전체 한국 청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대 재생산돼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입사원을 뽑으면 1년간 훈련시킨 뒤 실제 업무에 투입할 정도로 잠재력과 정신력을 중시하는 일본 기업의 특성상 노쇼에 대한 실망감도 클 것이라는 설명. 그는 “개인 사정이 있겠지만 노쇼 당하는 업체 입장에선 실망감이 들지 않겠나. 우리 청년들이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일손 부족은 지방 중소기업 현장이 가장 심하다. 우리 청년들은 일본 취업이라 하면 도쿄 번화가 고층빌딩의 급여 및 후생복지가 우수한 본사 사무직부터 떠올리는데 현실과 간극이 있다”는 조언도 곁들였다.

“우리 청년들은 일본 청년들보다 영어구사력 등이 뛰어나 일본 기업의 해외지사에서 근무할 만한 능력이 충분하다. 한국 인재들이 얼마나 우수한지 일본에 알리는 데 한일재단이 앞장설 것”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기 위해서라도 노쇼 같은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일재단은 지난 19일 일본 측 일한산업기술협력재단과 공동 주관으로 고양 킨텍스에서 ‘한일산업기술페어(FAIR) 2018’을 개최했다. 이날도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일본기업취업상담회에 현지 기업 16곳이 참여, 하루 종일 국내 청년 지원자들과 면접을 겸한 1:1 상담을 벌였다.

한일산업기술페어는 올해로 11회를 맞았다. 지난 10년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10년의 첫 발을 뗐다는 의미를 부여한 서 전무는 “행사 성격을 180도 탈바꿈하기보다는 그간의 시행착오까지 포함해 쌓아온 경륜으로 성과를 보다 실용화·정교화·가시화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일산업기술페어를 개회식, 한일산업협력상 시상 등 전체 행사와 함께 △비즈니스상담회 △일본기업취업상담회 △기술지도상담회 △일본취업설명회 △자동차부품세미나 같은 여러 세부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양국이 각종 분야에서 모으고(gathering) 맺어주며(matching) 훈련하는(training) 실질적 관계를 형성해 일관성 투명성 예측가능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최근 화두인 4차 산업혁명 또한 완전히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내기보다는 기본으로 돌아가(back to the basic) 새로운 개념을 도입, 생산성을 높인다는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꾸준한 교류로 서로를 속속들이 알아가고, 양국이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가며, 그 과정을 세밀화·고도화하는 것. 한일재단이 앞으로 10년간 한일산업기술페어의 우선 목표로 내건 지점들이다.

서 전무는 “이를테면 양국이 직면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4차 산업혁명 기술로 어떻게 해결할지 접점과 공통분모를 찾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라면서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가 아닌 실제적·미시적·구체적 프로그램으로 만들어갈 생각이다. 당장 올 11월 서울과 부산에서 KOTRA(대한무역투자공사)와 함께 대규모 일본기업 취업박람회를 열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고양=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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