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관련 재감사 제도는 원래 소액주주를 위해 한국거래소가 5년 전 도입한 것이다. 일본거래소 제도를 벤치마크해 감사인 ‘의견거절’ 상장기업에 5개월가량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식으로 기회를 준다.

하지만 취지와 달리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시장에선 ‘재감사에서 살아남더라도 거액의 보수를 대느라 망한다’는 말까지 있다. 재감사 보수는 부르는 게 값인데 매년 오르는 추세다. 올해 상폐 위기에 처한 기업들은 각각 20억원 안팎을 재감사 수임료로 지급했다. ‘디지털포렌식(PC, 모바일 데이터 복구) 감사’ 비용만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법무법인 비용까지 합치면 30억원가량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법인은 재감사와 관련해선 어떠한 규제도 받지 않았다. 재감사는 외부감사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금융당국의 감독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일반 감사와 달리 수임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고, 재감사에서 회계부정 및 부실감사가 적발되더라도 회계사를 처벌할 수 없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