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박3일 평양 정상회담에서 뜻하지 않게 PPL(간접광고)효과를 본 기업이 있다.
'뜻밖의 PPL'이라고 하기엔 전파를 탈 수 밖에 없었던 제품은 K2의 경량 패딩과 바람막이 재킷이다.
남북한 정상회담 방북단이 20일 백두산 방문 때 입은 옷은 모두 동일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인들 모두 K2 재킷을 입었다.
지난 19일 오후 5시. 통일부에서 K2코리아 측에 전화를 걸어 밤 10시까지 성남공항으로 500벌의 옷을 보내줄 수 있냐고 문의해 왔다.
250벌의 바람막이 재킷과 250벌의 경량 다운 재킷을 구입하는 긴박한 요청이었다.
K2코리아가 급히 창고에서 확인한 결과 아직 매장에 다 풀지 않은 올해 신상품 여유 물량이 있었다.
K2코리아는 개성공단에 입주한 유일한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다.
K2코리아 관계자는 "통일부가 국산 아웃도어 방한 의류를 급하게 찾았고 마침 물량을 확보하고 있었다"면서 "옷을 판매한 것보다는 방북 인사들이 입은 것 자체가 큰 홍보 효과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백두산 천지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자연스럽게 답방 시 한라산을 찾는 일이 거론됐다.
리설주가 "우리나라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고 하자, 이에 화답하듯 김 여사는 생수병을 내보이며 "한라산 물을 갖고 왔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500㎖ 플라스틱 생수병을 꺼내며 "한라산 물을 갖고 왔다.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삼다수병은 수차례 카메라에 잡혔다. 마치 한 편의 광고같은 모습이었다.
이는 최고 통수권자의 생체 정보 중 하나인 지문 정보를 타국에 남기지 않으려는 일종의 외교 관례라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판문점 선언' 서명에 앞서 여동생인 김여정으로부터 몽블랑 만년필을 건네받아 사용했지만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사용한 펜은 모나미 네임펜. 보이지 않은 사소한 부분에서도 국내 브랜드를 사용하려는 실무진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나미 측에서는 "사진 상으로는 정확히 제품 확인이 어렵지만 혹시라도 문 대통령이 사용해 주셨다면 기쁜 일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평양 정상회담과 백두산 천지 동반 등반 모습은 사진과 영상을 통해 전 세계로 송출됐다. 국내 브랜드가 누린 브랜드 홍보 효과는 천문학적인 액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