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정책이) 이대로 계속 좋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완화 정책을 언제 끝낼 것인가는 물론 구로다 씨(일본은행 총재)가 판단합니다. 내 임기 중에 이것을 끝내고는 싶습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14일 열린 자민당 총재선거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얼핏 아베가 아베노믹스를 포기하려는 것처럼 들린다. 상당히 의외적이다. 하지만 아베노믹스의 본질을 알면 쉽게 이해가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패키지화한 정책이 성공 요인

2012년 초 ‘세계에서의 승리’를 내걸며 시작한 아베노믹스였다. 양적완화와 적극적 재정정책 성장정책 등 ‘세 개의 화살’로 구성된 정책 플랫폼이었다. 그는 20년간 지속된 디플레이션과 국민들의 자신감 상실이라는 속박에서 일본이 벗어나도록 하는 게 아베 본인의 임무라는 주장도 펼쳤다. 전자기업도 부품회사도, 관광산업도, 문화전쟁도 한국에 밀려 2류, 3류 국가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절박함이 이면에 있었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이 2019년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에서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아베가 추구한 방향은 정책 포트폴리오를 적절하게 섞는 플랫폼구성 이었다. 금융정책과 재정정책, 산업정책을 동시에 패키지로 추진했다. 단선적 정책이 아니라 정책의 조합이요, 융합이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실러 교수는 “아베노믹스에서 개별 정책은 새롭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한 결합은 드물다”고 평가하기까지 했다.

아베는 또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외부 환경에 따라 기민하게 내용을 바꿨다. 플랫폼이 있는 환경에서 콘텐츠를 마음대로 변환하는 형태였다. 기업규제 완화와 산업구조 조정도 여기에 녹였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을 지원하고 조정하는 정책도 이런 아베노믹스의 플랫폼 속에 포함됐다. 2015년엔 육아 지원과 사회보장 등 ‘신(新) 세 개의 화살’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조합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명목 GDP는 550조엔을 넘었고 물가도 2%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 고용 환경과 기업 실적은 대단히 좋아졌다. 아베노믹스 효과만이 아님은 물론이다. 이 기간 중 세계 경제도 좋았고 여러 환경이 좋다는 행운이 뒤따랐다. 관광, 자동차부품, 전자부품에선 제대로 경쟁력을 가지게 됐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비판도 뒤따른다. 일본 경제가 정상 궤도에 들었는데도 비상시에 쓰는 정책을 여전히 편다는 것이다.

고령화에 주목한 新아베노믹스

아베 총리가 어제 자민당 총재 3선에 성공했다. 이변이 없는 한 2021년까지 집권이 가능하게 됐다. 벌써 아베 총리는 3년 동안 시행할 새로운 정책 패키지를 내놨다. 올해 초고령화사회에 걸맞은 고용제도를 만들고 내년에는 의료와 연금 등 사회보장 전반의 개혁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정책은 최대의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고도의 예술이요, 정치다. 전략적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유연하며 조합이 잘 짜인 정책이 곧 성공적인 정치라는 사실을 아베가 보여준다.

지금 한국은 개별 정책으로선 타당성이 있을지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굴러가지 않는 정책이 수두룩하다. 이런 정책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한 번 정책을 정하면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바꾸려 하지도 않는다. 아베노믹스와 완전히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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