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극장가에는 대작이 풍성하다. 100억원 이상을 투입한 한국영화 4편이 나오는 데다 할리우드 SF 액션과 공포물도 가세했다. 당 태종의 침략에 맞선 고구려 성주 양만춘의 전투를 그린 ‘안시성’, 풍수지리설을 근거로 권력투쟁을 벌이는 ‘명당’,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괴수 이야기를 담은 ‘물괴’, 해외에서 한국인을 납치한 악당과 인질 협상을 벌이는 내용의 ‘협상’ 등이 흥행 경쟁을 주도할 태세다. 할리우드 영화 ‘더 프레더터’와 연휴 마지막날(26일) 개봉하는 한국 범죄 코미디 ‘원더풀 고스트’ 등도 틈새시장을 노린다.

볼거리 가득한 ‘안시성’

‘안시성’은 고구려 때 20만 당나라 대군에 맞서 안시성 성주 양만춘과 5000여 명의 군사들이 88일간 싸워 이긴 승전사를 담았다. 세 차례 공성전(성을 함락하거나 지키기 위해 벌이는 전투)이 흥미롭게 그려졌다. 각기 다른 전술로 싸우는 공성전은 할리우드 영화처럼 웅장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첨단 촬영장비와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전투장면을 구현했다. 성주 역 조인성을 비롯해 걸그룹 AOA의 설현, 배성우 등이 출연한다. 인물 간 드라마가 짜임새 있게 전개된다.

중장년층에 주목받는 ‘명당’

조선 말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명당 묏자리를 놓고 왕위를 노리는 자와 지키려는 자 간의 치열한 쟁탈전을 그린다. 풍수지리 소재가 특히 중장년층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천재지관 박재상 역을 맡은 조승우를 비롯해 흥선 역 지성, 권세가인 장동 김씨 일가 김좌근 역 백윤식, 김좌근 아들 역 김성균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다양한 인간군상을 펼쳐냈다. 왕릉에 자신의 조상 시신을 몰래 집어넣은 세도가, 두 명의 왕을 배출하지만 그 이후에는 후손이 끊긴다는 묏자리 등이 우리네 삶 속에 스며 있는 풍수지리설을 끄집어내 보여준다.

고정관념 뛰어넘는 범죄 액션 ‘협상’

범죄 조직의 무기 밀매업자 민태구(현빈)가 태국에서 한국 경찰과 기자를 납치하자 최고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이 인질범들을 구하기 위해 피 말리는 협상을 시작한다. 인질 협상에 대한 통념을 뛰어넘는 스토리가 재미를 준다. 인질 납치 배후에 도사린 권력층의 부패상, 뛰어난 협상가의 무기가 냉철한 두뇌가 아니라 뜨거운 심장이란 점이 관객의 뒤통수를 친다. 손예진과 현빈이 열연한다.

무시무시한 괴수를 그린 ‘물괴’

4개 대작 중 한 주 먼저 개봉한 ‘물괴’는 첫 주말 63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중종 22년 괴이한 짐승과 이에 맞서는 이들의 사투를 그린다.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한 괴수는 공포와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로 묘사된다. 실록에 기록된 괴수의 정체, 연산군 때 기이한 동물을 길렀다는 설화 등을 덧입혀 즐길거리를 만들어냈다. 김명민과 걸스데이의 혜리가 주연을 맡았다.

틈새 노리는 할리우드 영화

은하계 최강의 사냥꾼을 내세운 ‘더 프레데터’는 B급 괴수 영화의 대명사 격인 프레데터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다. 일반 프레데터의 배가 넘는 크기의 변종이 등장해 한층 강력한 살육전을 펼친다. 인간의 척추를 뽑아내는 프레데터 시리즈의 시그니처 액션도 여전하지만 신선도는 떨어진다. 성공한 공포영화 시리즈인 ‘컨저링’의 스핀오프 버전. 2016년 ‘컨저링2’에서 궁금증을 자아냈던 수녀 악령을 전면에 내세운다. 제임스완 감독이 창조한 ‘컨저링 유니버스’ 중 가장 무섭다는 평가다.

유일한 코미디 ‘원더풀 고스트’

남 일에 관심없는 유도관장에게 열혈 유령 태진이 동네에서 발생한 사건을 함께 수사하자고 제안하면서 소동이 일어난다. 내 눈에만 보이는 고스트와 의문의 사건을 추적한다. 신선한 설정에 유쾌한 웃음을 버무려낸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