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 칼럼] 사다리 걷어차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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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주거·교육 등 장벽 높아져
'더 나은 삶' 욕구, 국가가 부정 못해
'내로남불' 아닌 '언행일치'부터"
오형규 논설위원
'더 나은 삶' 욕구, 국가가 부정 못해
'내로남불' 아닌 '언행일치'부터"
오형규 논설위원
![[오형규 칼럼] 사다리 걷어차는 정부](https://img.hankyung.com/photo/201809/07.14213005.1.jpg)
지금은 그가 더 모순적으로 비친다. 재벌 비판의 선봉이면서 재벌 주식으로 재테크한 것이나, 최근 “모두 강남에 살 필요 없다. 강남에 살아봐서 드리는 말씀”이라는 ‘염장 발언’이 그렇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맨해튼 한복판이나 베벌리힐스의 천문학적 집값을 정부가 신경 쓸 필요는 없다는 얘기가 엇나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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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부동산이 꽁꽁 얼었다지만 예외도 있다. 전남 목포의 구도심 집값은 1년여 만에 ‘따블’로 뛰었다. 여당의 한 여성의원이 구옥(舊屋) 세 채를 사고나서다. 은퇴 후 공방 운영을 위해서라는데, 주민 시각은 달랐다. 때맞춰 유달산 해상케이블카, 근대역사거리 리모델링이 추진돼 군산 여수 같은 관광도시 기대감이 한껏 부풀었다. 목포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다.
세상사는 이렇게 돌아간다. 가격은 수급이 깨질 때 오르고, 투자는 기대가 있을 때 살아난다. 일차원적 정책으로 다차원적 시장을 따라잡을 수 없기에 정부는 시장을 못 이긴다. 사실 ‘정부’라는 것도 한정된 좁은 지식과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당국자들의 집합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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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일 대로 꼬인 부동산 정책은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 정부가 어제 ‘초고강도’라는 ‘9·13 대책’을 내놨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집값이 오르는 지역의 공급을 막고 대출을 억제해선 어림없다는 것이다. 자꾸 가격과 싸우려 들면 조만간 또 대책을 내놔야 할지 모른다. ‘주택보급률 100%’여서 공급이 충분하다는 정부 주장도 모두가 현재 주거에 만족한다는 허황된 전제를 깔고 있다.
주거와 밀접한 교육 수요를 외면한 것도 일차원적 정책 오류다. “가장 치열한 계급투쟁이 벌어지는 것이 입시전쟁”(강준만 전북대 교수)이란 말마따나, ‘교육 사다리’는 모든 부모가 예민하다. 비(非)강남의 특목고·자사고를 없앨수록 강남 8학군 수요가 부풀어 오른다. 방과 후 영어 금지는 ‘영어 디바이드(divide)’에 대한 부모의 불안감까지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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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과 정책은 추상적이어도 국민의 삶은 결코 추상적일 수 없다. 교조적인 소득주도 성장으로 생업(生業)을 건드린 결과가 일자리 참사요, 새 집에 살고픈 욕구를 투기라는 추상적 언어로 치부한 대가가 집값 폭등이다. 경제는 살아 움직이는 고등생물인데, 단세포적으로 접근하는 순간 ‘정부 실패’는 필연이 된다.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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