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형 편의점 체인들이 잇따라 은행업에 진출하고 나섰다. 편의점이 지방 구석구석까지 설치돼 있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활용한 금융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일 “주요 편의점 업체들이 ATM을 활용한 금융서비스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며 “편의점 ATM에서는 단순 현금 입·출금부터 신용카드 발급, 주택담보대출까지 다양한 금융업무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편의점 체인인 로손은 자회사 로손은행을 통해 10월15일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ATM 설치 공간 확보 및 대당 연간 수십만엔(수백만원)가량의 유지비가 부담스러운 지방은행들과 연계해 전국 주요 로손 편의점에 설치된 1만3000여 개 ATM을 활용한 금융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90개 이상의 금융사와 제휴관계를 맺었다. 편의점 측으로선 은행들의 편의점 ATM 이용에 따른 수수료 수입을 늘릴 수 있고, 이용객이 줄고 있는 지방은행들은 점포와 ATM 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의 자회사 세븐은행(옛 아이와이뱅크)은 2001년부터 전국 2만4000여 대의 편의점 ATM을 이용해 지방에서 은행 역할을 하고 있다. 신세이은행, 시마네은행 등 지방은행 20여 곳이 자사 ATM 대신 세븐은행 ATM을 이용하고 있다. 세븐은행 ATM은 하루 평균 220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패밀리마트도 유초은행과 제휴를 맺고 활동하고 있다. 올해부터 유초은행 고객이 패밀리마트 ATM을 이용할 때는 일부 수수료가 면제되고 있다. 또 다른 편의점 체인 이온은 6200여 대의 ATM을 이용해 신용카드 발급, 주택대출 등의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00년대 이후 시중은행 ATM 수가 10%, 지방은행 ATM이 5%가량 감소할 동안 편의점 ATM 수는 5만5000여 대 증가했다”며 “초저금리로 수익성이 악화된 은행들이 점포 및 ATM 축소에 나서는 동안 편의점들은 ATM을 앞세워 금융업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