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비중 높을수록 고용 여파 직격탄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이 까다롭고 높아질수록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만큼 EV 등의 친환경차 판매를 늘려야 하고, 이는 내연기관 부품 기업들의 도태를 의미해서다.

목소리를 낸 곳은 자동차회사들이 뭉친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다. 유럽연합이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자 이를 충족하려면 전기차 판매를 늘려야 하는 만큼 내연기관 연관 사업이 축소될 수 있음을 경고한 셈이다. 한 마디로 배출가스 기준 강화로 환경을 앞세우면 자동차산업 일자리가 줄어드니 그 문제는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라는 뜻이다.

하지만 유럽연합은 기후변화 속도를 줄이기 위해 2030년까지 자동차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을 ㎞당 67g에 맞추라는 요구를 내놨다. 2021년 기준인 95g에 비해 30% 줄어든 수치다. 나아가 유럽 내에선 ㎞당 43g에 맞추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자 내연기관으로는 결코 기준 충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자동차회사들이 어쩔 수 없이 전기차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내연기관 관련 일자리가 사라지는 만큼 이를 기업의 책임으로 전가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도 함께 드러내는 형국이다.
[하이빔]車 배출기준 강화가 일자리를 줄인다?

실제 EV 비중이 늘어날수록 내연기관 관련 일자리 감소폭은 예상을 웃돌 만큼 빠르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는 게 완성차 회사들의 설명이다. 독일 프라운호퍼 노동경제연구소는 지난 6월 독일 내 금속노조 의뢰로 수행한 연구에서 2030년까지 내연기관 파워트레인(엔진 및 변속기) 관련된 기술 인력 7만5,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21만명의 30%에 해당되는 것으로, 연간 판매되는 자동차 가운데 25%가 EV로 바뀐다는 전제가 적용됐다. 엔진을 만들 때 10명이 필요하다면 배터리는 2명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기차 1대당 생산 시간도 내연기관의 30%에 불과한 만큼 실제 공장 내 생산 인력의 상당한 감축 또한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그러자 독일 내 자동차노조도 변화를 대비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환경을 보호하자는 명분은 노조 또한 지킬 수밖에 없어서다. 다만 일자리가 사라지는 만큼 다른 일자리로 전환될 수 있도록 자동차회사가 근로자 재교육에 많은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더불어 정부에는 실업을 대비한 단기 수당의 확대를 요구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는 비단 독일에 국한된 얘기도 아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노동연구원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자율주행과 모빌리티 서비스로 변화하는 자동차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의 숙련도는 컴퓨터와 자동화로 대체돼 지금과 같은 노사 구조가 유지된다면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른바 자동차 생산이 늘어도 일자리는 줄어들 수 있어서다.

물론 달리 보면 내연기관 일자리 감소는 EV 부문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전환되기도 한다. 포르쉐는 최근 EV 스포츠카 미션-E 개발로 1,2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는 점을 내세우며 전동화(Electrification)가 새로운 일자리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포르쉐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24만대 생산에 불과한 만큼 일자리 전환이 가능한 반면 연간 1,000만대를 넘게 생산하는 토요타, 900만대의 GM과 폭스바겐, 700만대의 현대기아 등은 전환 자체가 쉽지 않다. 평균 배출가스 기준이 강화돼 전기차 생산 비중이 높아지면 내연기관 협력사부터 일자리가 줄고, 결국 완성차 공장의 일자리도 줄어든다는 뜻이다.
[하이빔]車 배출기준 강화가 일자리를 줄인다?

그리고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최근 부품업계의 M&A가 상당히 빠르게 전개되고 있어서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부품기업이 IT 및 EV 관련 부품 회사를 인수하거나 소규모 전기차 제조사를 아예 흡수하는 방식이다. 또한 중국 내 소형 EV를 도입하고, 유럽에서 쓸 만한 전기차를 가져와 판매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기 처방일 뿐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아니다. EV 관련 부품 사업으로 전환해도 일자리 축소는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비를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M&A 조언이 쏟아지지만 국내 부품 업계는 오랜 시간 '내 것‘에 익숙해 합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내연기관 부품 업체가 홀로 독자 생존을 고집하는 것 자체가 위험을 초래하는 시대다. 배출규제 강화는 결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