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亞·太지수 6일째 하락
IMF "금융위기 10년…
새 위험 요인 경계해야"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환율은 6일 장중 달러당 1만5000루피아까지 상승(가치 하락)했다. 아시아 외환위기 때인 1998년 6월 이후 처음으로 1만5000루피아를 넘어섰다. 달러 대비 루피아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한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2012년부터 매년 경상수지 적자를 내고 있는 데다 외채가 많아 헤지펀드 등의 공격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막시밀리안 린 나트웨스트마켓 애널리스트는 “루피아화는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신흥국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될 때마다 아시아 통화 중 가장 취약한 흐름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환율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재무부는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 1100여 개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5~7.5%에서 7.5~10%로 전격 인상했다. 수입을 억제해 달러 수요를 줄이려는 조치다.
아르헨티나와 터키에 이어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지자 전문가들은 신흥국 전반으로 위기가 전염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파블로 골드버그 블랙록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한 국가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나라의 자산까지 매도한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위기가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전염된다”고 설명했다.
신흥국 주가도 동반 하락세다. MSCI 아시아태평양지수는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FTSE 신흥시장지수는 지난 1월 기록한 고점에 비해 20% 넘게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고점에 비해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
노리코 가만 PT BNI증권 수석연구원은 “시장에 불안감이 퍼지기 시작하면 투자자들은 신흥국 자산을 한꺼번에 내다 판다”며 “아르헨티나와 터키에 비해 경제 기초가 탄탄한 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한 긴축 정책이 신흥국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라 신흥국 기업과 소비자들이 자금 압박을 크게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60%로 올린 것을 비롯해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의 중앙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IMF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금융 시스템은 충분히 안전해지지 않았다”며 “새로운 위기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인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